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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이혼후, 두고온 딸이 그리운 엄마.

지난 금요일 낯설은 전화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00엄마예요."
"아!! 00엄마라구요...기억하지요.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사무실로 전화를 했더니, 1년전 그만 두셨다하더군요.. 사무실에 근무하시는 분께 물어봤더니 알려주더군요.."
"아!! 그랬구나..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저를 기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잘 지내고 있어요. 아직도 건강하시지요."
"그럼요, 저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웬 일이세요."
"그냥, 답답해서 전화했어요. 00이가 보고싶기도 하구요."
"00이 잘 지내더군요. 연락하고 살지 않나요."
"00아빠랑 헤여지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로 찾아가서 만났는데, 중학교 가면서 연락이 끊어졌어요. 00이가 너무 보고싶어서 졸업식장에서 갔었는데, 00아빠가 있어서 먼 발치에서 보기만 하고 돌아셨어요."
"어머나, 그랬군요. 예쁘게 컸더군요. 근래에 키가 부쩍 컸더군요. 제법 숙녀티가 나던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내 딸 소식이라도 들을려구요."
"그러세요, 아줌마 딸 00 어제 봤어요. 사무실에 근무할때는 자주 봤었는데, 요 근래는 자주 못 보네요. ."
"잘 지낸데요. 고등학교는 어디로 배정되었다고 하던가요."
"00여고 배정되었다며 교복 찾아오는 길이라더군요. 새침한게 숙녀가 다 되었던데요."
"아줌마, 저 부탁이 있어요. 죄송하지만 00핸드폰번호 알아봐 주실래요. 못난 에미지만 내 딸이 너무 보고싶어요."
"글쎄요. 00핸드폰 번호 알아보기는 싶지만, 본인 의사를 물어보고 가르쳐 드릴께요."
"염치없지만, 부탁 좀 드릴께요."

나에게 전화가 온 아이엄마는 00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자였는데, 자주 만나기는 했지만 친하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였고, 00할머니와 더 친하게 지냈던 사이입니다.
할머니께서는 매일마다 골목어귀에서 학교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손주딸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행여, 손주가 돌아 올 시간이 되어 집에 오지 않으면, 손주 찾느라 골목을 뒤지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본지라, 길에서 만나면 손주딸소식 전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습니다.
00는 아주 어릴때부터 본 아이라 내가 근무하던 곳으로 찾아와 재잘재잘거리는 아이라 내가 싫은 소리를 해도 대답을 잘 하는 아이였습니다.
무슨사연으로 아이아빠와 헤여졌는지는 모르지만, 뜻밖의 전화에 저도 깜짝 놀랬습니다.

아이엄마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결혼하여 남처럼 행복한 가정을 가정이였는데,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부도가 나자 경제력에 쪼달려 엄마가 직장생활하여 그럭저럭 가정을 꾸려왔지만 아빠는 자기환경을 받아 들이지 못해 술 마시는 횟수가 늘어나면서랍니다.
엄마의 직장은 동대문 옷파는 가게인지라 퇴근이 늦어지자, 남편의 관섭이 늘어나고 ...끝내는 아빠의 의처증때문까지 생겨 말싸움이 폭력까지..
아빠의 폭력에 맨발로 뛰쳐나와 오늘에 이르렸답니다.
지금도 아이아빠만 생각하면 온 몸이 떨려오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두고온 딸이 너무 보고싶어 밤잠 설친 날이 한두번이 아니였답니다.

그렇게 딸을 그리며, 혼자 살다가 2년전 재혼을 했답니다.
재혼하여 헤어진 딸에 대한 죄값이라도 치르는 마음에서 현재 남편의 자식에게 온 정성을 다해 키웠는데..
"현재 남편의 자식을 키우면서, 옷을 사러가도 두고온 딸아이가 생각나고, 길 가다가 두고온 딸 또래아이만 만나도 두고 온 딸은 얼마나 컸을까..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질 않는다더군요. 아줌마, 이러고 사는 내 마음이 잘 못인가요.. 이제 와서 두고 온 딸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니예요.. 그저 내 딸이 어떻게 컸을까..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요."
하며 울먹이더군요.

내 주위를 살펴보면, 부모의 이혼으로 한부모가정이나, 할머니께서 키우는 조손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자식을 엄마가 키우는 가정도 많지만, 이직도 우리나라는 자식은 아빠가 키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사연으로 이혼을 하여 집 나간 엄마를 보고 "자식버리고 나간 못 된 여자"로 낙인이 찍힙니다.

남편의 잦은폭력을 이기지 못해 딸과 생이별한 한 엄마의 전화를 받고난 후, 어떠한 경우로 헤여졌지만 "자기손으로 키우지 못하는 에미의 심정은 엄마나 가슴이 아플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자라나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하는 염려도 되구요..

아!! 참, 딸의 핸드폰번호를 엄마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하는 하는 마음도 들구요.
겉으로 보기에는 할머니사랑으로 아이는 잘 자라고 있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