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임이 있었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몇분 계신 모임이였습니다.
점심먹고 한창 수다 떨다가 몇분께서 연신 시계를 보시더니 황급히 자리를 뜨는 것입니다.
"왜요.. 집안에 무슨 일 있으세요"
"아냐.. 어린이집에 가서 손주 데리고 와야지."
하시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표정입니다..
"대학 졸업하면 자식 걱정 끝나는 줄 알았는데 시집, 장가 보내는 걱정.. 출가시키고 나면 손주 키워줘야지... 날이 갈수록 일꺼리만 생긴다니까. 늙으니까 아이 볼보는 일이 너무 힘들어.."
"아들 혼자 벌어서는 집장만 하기 힘들다고 난리인데, 직장 다니는 며느리 아기라도 돌봐 줘야제."
"우리 며느리도 직장 다니다가 출산휴직 내고 직접 키우는데, 다음 달부터 복직한다며 아기 돌봐 달라는 눈치야.. 첫째아기 돌봐 주다가 다리가 아파서 계속 한의원 다녔잖아.. 다리 아파서 아기 못 봐준다고 거절하기도 힘들어"
"손주 돌보느라 오후 약속도 못한다니까.. 친구들과 마음 놓고 여행도 못 떠나잖아.."
"지금은 어린이집이라도 잠깐 맡기니까, 잠시 외출이라도 하지, 첫 돌전에는 손주 돌 보느라 꼼짝도 못했잖아.."
"요즘 아기들은 어찌나 잘 자라는지 첫돌만 지나도 업기가 힘들어.건강할때는 돌봐 줄만 하는데, 손주가 아프면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며느리보기가 미안하다니까?"
"내 자식 키울때는 내 맘대로 먹으면서 키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며느리가 지정하는 음식만 골라서 먹여야 한다니까?"
평소에는 손주가 이쁘다며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시더니, 오늘은 한 분께서 손주 돌봐주는 어려움에 대하여 한 마디씩 늘어 놓으시더군요.
현재 한국 사회는 낮아지는 출산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 웃음 소리가 끊어어지지 않는 "젊은 대한민국" 유지할 수 있을까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아이보육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준다고 하지만 애를 낳아서 기를 사회적 시설이 턱 없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믿고 맡길만한 곳이 없으니까 출산률이 떨어지는 건데요.
그 동안 한국 사회가 애는 가족이 기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주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부모라는 이유로 나이가 들어서도 손주때문에 노후를 우울하게 보내야 하는 것도 문제이네요.
오늘날 저출산이 문제는 문제인데...
그렇다면, 내 자식이 결혼하여 아이을 낳으면 나도 손주를 봐 줘야 할지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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