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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여기는 신의주우체국입네다"라는 기가 막혀..

집에서 중요한 일을 할때마다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면 우체국을 사칭하는 스팸전화에 짜증나 있는데, 지난 금요일 모처럼 낚시간 신랑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우체국에서 온 문자인데, 반송된 우편물이 있으니 찾아가라는 문자"라며 "집을 얼마나 비웠으면 이런 문자가 오게 만드냐"며 버럭 화를 내더군요.
"그런문자 스팸이라고 했잖아.. 우체국은 방문했다가 사람이 없으면 문앞에 메모를 남기거던, 그런 문자오면 무시하라고 했잖아"라고 했더니..
"평소에는 나도 무시했는데, 우리가 이사를 했잖아.. 혹시 중요한 우편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우체국에 확인 좀 해 봐라."라는 말에, 대충 "알았어요."라고 전화를 끊자 말자..
우리집 전화벨이 울리길래 순간적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기계음으로 우체국인데 반송된 우편물이 있으니 확인은 1번, 상담원 연결은 9번을 누르라고 나오는 겁니다.

평소같으면 더 들어볼 것도 없이 바로 끊어버리는데, 신랑과 우편물반송 문자때문에 옥신각신했기에 9번을 누르면서 시계를 봤더니 저녁 6시 5분이더군요.
이 시간이면 우체국은 퇴근준비하느라 정신없을 시간인데..
"전화건 곳은 어느 우체국입니까"라고 했더니, 조선족의 특유억양으로, "신의주우체국입네다."라고 합니다..순간, 신의주우체국이라는 말에 깜짝 놀래서..
"신의주우체국이라구요.. 신의주우체국에서 무엇때문에 전화를 했나요."
"우편물을 보냈는데, 반송이 되어서 전화를 했습네다.."
"어머나, 그러세요. 신의주우체국은 친절도 하셔라.. 지금 6시가 넘었는데, 퇴근은 안하나요."
"신의주 우체국은 밤에도 근무합네다."라며 꼬박 꼬박 대답을 합니다..
"우리는 신의주우체국에서 우편물이 올 것이 없는데, 도대체 무엇때문에 전화를 하셨나요."
'조선족 아-입네까?"
"저는 조선족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북에 가족이라도 있지 않습네까"
"우리집은 이산가족도 아니고, 실향민도 없습니다."라고 했더니..
"아줌마, 나이가 어떻게 되십네까?"라고 하더군요.
"나이는 왜 물으세요."
"나이 50이 넘으면 이산가족이 많습네다. 우리는 그런분들에게 우편물을 전해주는 일을 하는 우체국입네다.."라고 합니다.
"어머나.. 그러세요. 전화사기를 치고 싶으면 그렇다고 하세요. 물정모르는 조선족이나 가슴아픈 실향민들 울리지 말구요."
"헤어진 가족, 소식 전해주는데, 어찌 나쁜일이라고 생각하십네까?"라며 능청스럽게 꼬박 꼬박 대답을 합니다..
정말 기가 막힙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북한과 핵문제와 개성공단문제로 북한과 모든 것이 단절되었는데.. 신의주우체국은 남한과 언제 개통이 되었나요."
"그래서 신의주우체국은 실향민과 조선족을 위해서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합네다.."
그럴싸한 답변을 하는 신의주우체국 직원이라고 하는 전화..

도대체 무슨이유로 꼬박 꼬박 답변을 하는지.. 이해도 할 수 없고, 너무도 능청스런 답변에 할말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신의주우체국이라고 꼬박 꼬박 항변하는 전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나는 조선족도 아니고 또한, 우리집은 이산가족이 아니라서 신의주우체국이라고 빡빡 우기는 전화를 무시했지만, 내 주위에 실향민들을 만나면 같은 고향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던데.. 행여, 그런분들에게 피해나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제가 받은 전화는 분명 보이싱피싱 맞습니다.
우체국에서는 등기우편이나 택배물이 반송되었을때 현관문에 방문내용을 메모로 납깁니다.
메모에는 방문자의 성함과 핸드폰전화번호가 적혀있습니다.
행여, 이런전화 통화를 하신다면 절대로 무시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