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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촌지로 아이쓰크림 사주신 선생님,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선지 어제 노인무료진료 봉사에서 만난 엄마들의 화제는 스승의 날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이 화제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가정통신문을 학부형에게 보내졌지만 어찌 가만히 있을수 있겠냐는 둥..
"꽃바구니라도 보낼까"
"나는 차라리 화분을 보낼래."
"요즘 선생님은 워낙히 고급화장품을 쓰시는 것 같아 화장품 사 보내기도 부담스러워요."
"나는 학교 어머니회 회장이라서 교장선생님께도 선물해야 하는데.."등등..
많은 의견이 나오더군요.

요즘은 가정마다 자녀가 한, 둘이니 모든것에 대해서 자식에게 올인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스승의 날 선물에 대해서 이갸기를 나누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우리 나이들 학교 다닐때가 생각나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학교 다닐때는 스승의 날만 되면 선생님은 수업을 하지않고 학부모가 명예교사가 되어 수업을 하던 시절이였습니다.
저도 명예교사자격으로 몇번을 수업을 한적이 있었는데, 스승의 날에 학교에 가면서 빈손으로 가기에는 마음이 무겁더군요.
그래서 저도 선물과 촌지를 여러번 한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아들 중학교 1학년때였습니다.
작은 꽃바구니와 함께 얼마의 봉투를 선생님께 드렸더니..
"00엄마 고맙습니다."라며 선뜻 받으시더군요. 그러더니..
"이 돈은 제가 보관해 두었다가 더운 날 우리반 아이들에게 아이쓰크림 사 주겠습니다."
"어머나,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아이쓰크림을 사 주신다구요."
"녜, 그러고 싶습니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더워질텐데.. 더워지면 교실은 선풍기 세대로 더위를 날려 보내야 하는데 하루종일 선풍기를 틀면 선풍기열기에 교실은 그야말로 찜통이 됩니다. 무더운 여름만 되면 교실안이 너무 더워 아이들이 괴롭지요.. 저는 그때마다 가끔 아이쓰크림을 사 줍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그렇게 스승 날, 선생님께 얼마의 촌지를 드렸습니다.

스승의 날이 지나가고 나는 까맣게 잊고있었는데..
무더운 어느 날, 학교에서 다녀온 아들이 집에 도착하자 말자..
"엄마!! 우리 선생님께 아이쓰크림 사주라고 돈 보내셨어요."라고 묻더군요.
"아니, 보낸적 없는데."
"보내지 않으셨다구요.. 그런데, 오늘 선생님께서는 '엄마가 날씨가 더운데 찜통교실에서 공부하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아이쓰크림 사 주라고 돈을 보냈다고' 하던대요."
"아!! 그거.. 지난 스승의 날, 학교에 가면서 선생님께 돈을 넣은 봉투를 드렸거든. 그랬더니 니네 선생님께서 '더운 날 니네 반 아이들에게 아이쓰크림 사 주신다'고 하시더라..
'그러셨어요. 저는 오늘 깜짝 놀랬잖아요."
"왜.. 무슨 일이 있었니?"
"4교시 끝나고 나니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부르시더라구요."
"그래서.."
"교무실로 갔더니 선생님께서 돈을 주시더니 '얼릉 밥먹고 5교시 수업시작하는 시간 맞추어 아이쓰크림 사 오라'고 하시더군요."
점심시간이 끝난 뒤, 5교시가 마침 담임이 맡은 수업시간이였는데, 아이들에게 아이쓰크림을 나누어 주시면서 "너희들 엄마들은 학교에 보내고도 걱정을 하신단다. 오늘은 00엄마가 너희들이 더운 곳에서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아이쓰크림 사주라고 돈을 보내오셨다. 더운 날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 그렇잖아도 졸리운 오후에 밥까지 먹었으니 졸려서 수업하기 힘들지. 그래도 너희들을 사랑하는 부모님 생각해서 졸립더라도 졸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는 거다.."라며 아이들에게 아이쓰크림을 사 주셨답니다.
그리고는 "00엄마가 보내오신 돈으로 오늘 아이쓰크림 사고도 돈이 남았단다. 다음에 또 아이쓰크림 사 먹자."라고 말씀하셔서 우리아들은 챙피해 주겠다라고 투덜투덜거리더군요.

지난 번 스승의 날 제가 내민 봉투로 아이들에게 아이쓰크림을 사 주셨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쿨하더군요.
그 날,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은 하셨지만은요.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나는 스승의 날만 되면 우리아들 1학년 담임선생님이 생각납니다.
학부모가 보낸 촌지를 보관해뒀다가 무더운 여름 날, 아이들에게 아이쓰크림을 사주시는 선생님. 선생님의 지혜야 말로 몇년이 지난 오늘까지 제 마음에는 늘, 고마움으로 남아있습니다.

학부모가 드리는 촌지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그 돈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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