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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쓰레기봉투에 버린개를 먹다니..

며칠 전 나와 함께 18년이란 긴세월을 동거동락하며 살던 개가 죽었습니다.
지난여름에 갑짜기 신음소리를 내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입안에 종양이 자란다며 우리집 개는 나이도 많고 늙어서 수술하기가 힘들다며 안락사를 권하더군요.
18년간을 내 곁에서 지켜온 개라 갸날프게 숨 쉬는 모습이 안스러워 차마 안락사시키지 못하고 몇개월을 자연사할때까지 지켜 보기로 했습니다.
몇칠을 그렇게 앓고 나더니 언제 아팠다는 듯이 목에 종양을 달고서도 씩씩하게 잘 견디어 오더군요.
평상시처럼 먹기도 잘하구요..
그렇게 6개월을 내곁에서 재롱을 부리더니..
일주일전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요즘에는 집에서 죽은개를 처리하는데 공원에 묻으면 벌금을 물리다며 종량제봉투에 넣어 일반쓰레기와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18년이란 긴세월을 집안식구처럼 살아온 개를 차마 쓰레기봉투 속에 넣어 버리지 못한채 망설이고 있는데..

예전에 저의 집에 세들어 사시던 아줌마로부터 전화가 왔더군요.
우리집에 같이 사실때부터 동물을 너무도 사랑하여 온 동네유기견을 데리고 와서 정성스럽게 돌보는 분이셨습니다.
주민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개를 유난히 사랑하시는 분이라서 저의 집 개도 유난히 챙기시는 분입니다.

우리집에 전화를 걸자말자 개 안부부터 물으시더군요.
"베티(우리집 강쥐이름)는 어떻게 되었어.."
"오늘 아침에 죽었어요.."
"기어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구나.. 그런데 베티는 어디에 묻어 줄꺼야.."
"글쎄요. 도심에서 묻어줄 곳이 있어야지요.. 요즘은 죽은개를 함부로 공원에 묻으면 벌금이 자그마치 5백만원이라나... 종량제쓰레기봉투에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야 한대요.."
"말도 안돼.. 진짜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릴꺼야.."
"글쎄요.. 18년간 자식처럼 키운개를 차마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릴려고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네요."
"00엄마네 친척이 시골에 사시는 분이 있다며.. 시골 정원에 묻어주고 와.."
"저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중이예요.."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리면 안돼.. 죽은개를 쓰레기봉투에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그 개를 모아서 개고기 파는 곳으로 보낸다는 거 00엄마는 알고있어."
"뭐라구요.. 죽은개를 잡아서 먹는다구요.. 설마!!"
"우리동네 00알지.."
"녜, 알아요.. 약간 바보처럼 생긴아저씨 말씀하시거예요.."
"맞아, 얼마전에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개 가져가는 것 봤어."
"그 아저씨는 죽은 개 가져가서 뭣한데요.."
"잡아 먹을려고 가져가겠지..
00엄마가 자주가는 공원바위가 불에 그을려 있는 것 봤는지 모르겠다..
공원조성하기전에는 동네에 돌아다니는 개 잡아 공원에서 그을려서 잡아 먹었어..
바보처럼 생긴남자가 개고기만 보면 그렇게 좋아한다잖아.."
"뭐라구요.. 설마.."
저는 아줌마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랬습니다.
아줌마는 동물사랑이 어찌나 지극한지 개장사가 끌고가는 개를 돈주고 사서 가면서 유기견을 돌보는 아줌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종양제봉투에 버리는 개를 주워서 공원바위에서 불에 그을러 잡아 먹는다는 말을 듣고 "설마"하는 마음에 동네공원에 가 봤습니다.
동네공원에 위치한 커다란바위에는 아직도 불에 그을린자욱이 선명하게 남아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위아래를 보니 지난가을에 쌓인 낙엽사이로 짐승의 뼈조각들이 군데 군데 보이더군요..
뼈조각 중에 커다랗고 선명한 해골은 분명 개의 뼈같이 보이네요.

"그렇다면 아줌마말대로 뼈조각은 유기견의 죽은 후 잡아먹고 남은 뼈조각??"
그 광경을 쳐다보니 잠시 앞이 아득하더군요.
아무리 개고기를 좋아한다지만 죽은개를 잡아서 먹다니..
그것도 서울도심 한복판에서...

지금은 구에서 공원을 잘 가꾸어 동네주민들의 산책과 운동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동네로 이사왔을때, 이 산에은 야산이였습니다.
동네에서 이산에는 양아치들이 개잡아먹는 곳이라고 소문이 나있던 곳이였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무서워서 지금처럼 산책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아무리 개고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병들어 죽었을지도 모르는 개를 모아서 식용으로 팔아 먹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거짓말같은 일이 과연 맞는 말일까요..
오늘 비오는데도 불구하고 아줌마의 말이 생각나서 개를 잡아먹다가 그을린 바위를 확인했지만, 아직도 저는 믿어지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