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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 학기 등록금때문에 졸업 못하고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딸.

어제 혈액봉사하고 집으로 돌아 오던길에 딸과 함께 사는 아줌마를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남이라 딸의 안부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요즘 00는 대학 졸업했겠네요."
"아휴, 말도 말게나.. 등록금 낼 돈이 없어 아직 졸업도 못했다네."
 "뭐라구요.. 대학 입학한지 꽤 되었잖아요."
"그럼, 입학한지 7년이 되었지."
"7년이 되었는데 졸업을 못하다니요."
"등록금때문이지 뭐.. 그 놈의 돈이 뭔지.. 에미가 되어서 딸 대학등록금도 보태주지 못하다니.. 마음만 아프다네.."
"그랬구나.. 그럼, 00는 요즘 뭘해요."
"이제 한학기 남았는데, 몇년째 등록도 못하고 아르바이트한다고 봉제공장 다녀."
"녜!! 한학기 남았는데 대출이라도 받아서 등록금 만들어주시지 않구요."
"말도 말게나.. 이미 카드회사에서 등록금 대출받아서 몇학기 다녔지..
T.V만 틀면 어려운 사람에게 구세주처럼 선전하길래 카드회사 등록금대출 받았지.
그런데, 구세주가 아니라 완전 고리대부업자이더라..
학교다니면서 죽도록 아르바이트했지만 무슨 놈의 이자는 그리도 비싼지 갚고 또 갚아도 빛만 늘어난다네."
"은행에서 학자금융자 해 준다들 하던데, 카드대출을 받다니요."
"우리같이 먹고 살기도 힘드는데 은행에서 대출해줄리가 없지..
보증인 세우라는데 보증해 줄 사람이 어디있어.
딸이 대학입학할때 등록금은 300만원정도였는데 몇년사이에 500원정도로 올랐다잖아.. 이제, 대학 졸업하기는 틀렸어."
"뭐라구요.. 한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이나 올랐다구요.."
메스컴에서 대학등록금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몇년사이에 한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을 육박하다니..

아줌마는 뒤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30대후반에 겨우 딸을 낳았는데, 남편은 딸이 초등학교 다닐무렵 돌아시고 봉제공장 다니며 힘겹게 딸하나를 키우는 아줌마입니다.
우리딸보다 한살이 적어 어릴때부터 참고서랑 옷가지를 물려받아 키우시던 이웃이였습니다.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악착같이 대학 졸업하여 고생하신 엄마 잘 모시고 사는게 꿈인 착한 딸이였습니다.

남들 다 가는 학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서울에 있는 의상학과에 입학하여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하면서도 늘, 웃음한 번 잃지 않는 착한 딸이여서 저도 유난히 이뻐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딸을 낳았으니, 아줌마도 벌써 60이 넘어 평생을 다니던 봉제공장도 눈이 침침해 일을 못하신다는 아줌마..

대학졸업 못한 딸에게 짐이 되기싫어 먼지 날리는 환경이 열악한 가내공장에서 평생을 봉제일을 하셨으니 눈도 침침할 나이가 되었지요.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기가 죽는 것보다 더 싫다는 아줌마..
평생을 먹고살기 위해 묵묵히 공장에서 일만 했지만, 한학기를 남겨두고 대학등록금 마련할길이 없어 딸이 엄마와 같은 봉제를 하다니..
나와 헤지고 뒤돌아서는 아줌마의 뒷모습을 보니, 다리가 아픈지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더군요..
"봉제공장도 이제는 눈도 침침하고 무릎이 아파 예전처럼 일도 못해.."라고 청승스럽게 내 밷던 말이 내 귀에서 떠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