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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봉사

가출한 엄마도 양육책임이 있다구요..

제가 봉사하는 단체에서 10년동안 이것 저것 챙겨주는 아이가 있습니다.
엄마의 가출과 동시에 아빠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지금은 간경화로 생계를 꾸릴 여력이 없어, 따로 사는 할아버지께서 일흔이 넘어서도 아파트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아이의 학비와 뒷바라지를 하십니다.

그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닐때 가정불화로 엄마가 가출하면서 아빠와 함께 사는 아이인데 올해 중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 아이는 만날때마다 엄마없는 아이라 학교수업이 끝나면 마땅히 갈곳이 없어 여기 저기 기웃거립니다.
행여 나쁜친구랑 어울려 나쁜 곳으로 빠질까 염려스러워서 만날때마다 챙겨주고 했더니 저를 유난히 따르는 아이입니다.
다른아이들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다니느라 바쁜시간이 되면 그 아이는 더 외롭습니다.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면 자기를 반기지 않아도 그냥 기웃거립니다.
또한, 초등학교 6학년인데도 학업능력이 다른아이들보다 많이 뒤쳐져 저의 봉사회에서 학원비 1년치를 보조해 주어서 사설학원을 보냈더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 덕에 아이는 성적이 많이 좋아졌구요.

등록한 학원 1년 계약이 끝나기 며칠전, 그 아이는 계속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말을 하는데..
사설학원비가 한두푼이 아니니 저로써는 어찌할까 혼자서 고민을 하다가..
다시 저의 봉사회에 올해도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학비보조금이 학원을 등록비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 나왔습니다.
아빠는 투병생활하기도 힘든 형편이니 학원비 보태라고 말은 할수 없고..

혼자서 고민하다가 구청에 혹시, 차상세대 학비보조해 주는 제도가 있으면 얼마라도 보태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더니..
지난 금요일 구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젊어서 노동을 할 나이니까..
당연히 아이양육은 아빠가 돈을 벌어서 책임져야 한다며, 학비보조를 해 줄수가 없습니다."
"아니, 아빠는 간경화로 노동할 능력이 없는데요."
"아빠가 아파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면 엄마가 책임을 져야죠."
"녜.. 엄마가요.. 엄마는 가출한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아이양육을 하나요."
"서류에 아직 이혼이 되어있지 않아요."
"뭐라구요.. 아직 이혼이 되어있지않다니...엄마가 가출한지 10년이 되었는데두요."
"우리야 모르지요.. 어쨌던 서류상 아이의 학비보조금을 드릴수가 없습니다."

부부가 해어진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정식이혼이 되지않았다는 사실도 어이가 없지만, 실제로 몸이 아픈 아빠는 자기 몸 추수리기도 힘들고..
아이엄마는 가출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렇다면 실제로 아이의 양육은 어떻게 하란 말인지..
가출한 엄마라도 찾아야 하는지..

자원봉사를 하다보면 혼자사는 노인들은 이웃나들이라도 하니 사는 형편이 힘들게 사는 노인들은 소문이 나기마련입니다만, 한부모가정 아이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을 하기때문에 굶어 죽어도 이웃은 알지 못하는 것이 요즘의 실상입니다.
실제로 사는 형편이 어려워도 서류상 아빠가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구청에 요청을 했지만, 서류심사에서 탈락을 했다니..
저도 할말이 없네요..
10년전 가출한 엄마라도 찾아줘야 하는지 그저 난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