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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대낮 지하철, 술주정 받아주는 젊은이.

오늘 중학교 동창이 전화가 와서 당산역에서 만나 수다떨고 집으로 돌아올때 지하철 2호선을 탔습니다.
당산역을 지나 합정역에서 예순쯤 되어 보이는 중년을 훌쩍 넘은 6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신사 한분이 타시더군요.
차림새로 봐서 정장양복에 넥타이까지 메신걸 보면 혼사를 다녀 오셨나 봅니다.
지하철을 타자 말자 지하철좌석에 자리를 잡으시더니..
다짜고짜 곁에 있는 젊은이에게..
"나 구의역에서 내릴거야.. 구의역에 도착하면 나에게 알려줘.."
그러자, 젊은이는 공손하게..
"저는 구의역 모르는데요."
"뭐라고 구의역을 모른다고.. 무조건 구의역만 알려주면 된단 말야.."
젊은이가 모른다고 몇번을 계속 대답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구의역에서 내릴거라"며 호통을 칩니다.
지하철에 탄 승객들은 눈쌀을 찌프리며 시선은 자연 아저씨에게 돌릴수밖에요.
그러고 보니 대낮부터 약주를 과하게 하셨습니다.

몇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아저씨는 "구의역을 모른다"는 젊은이에게 계속 호통을 치지만 젊은이는 짜증한번 내지 않고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대답을 하더군요.

옆에서 앉았던 승객은 아저씨의 취객 중 하는 말이 씨끄러웠는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결국은 다른 곳으로 옮기네요.
아저씨의 술주정이 짜증났던거지요.
지하철에는 토요일 오후라 많이 붐비진 않았지만 서있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도 아저씨옆좌석에 앉지 않습니다.
이따금, 지하철역이 바뀌면서 새로 타는 승객은 좌석이 비어있으니 앉았다가는 다들 일어나네요.

지하철은 역이 바뀔때마다 승객은 아저씨좌석이 비워있으니 타자 말자 좌석에 앉는 사람이 많지만, 앉았다가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반복을 합니다만..
젊은이들은 아저씨의 반복되는 "구의역에서 내린다"고 하는 말에 난감해서 어쩔줄 몰르는 표정을 하면서도 아저씨가 하시는 말에 짜증 한번 내지않고 계속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을지로역에서 젊은이는 내리고 아저씨 옆 빈좌석에는 중년아줌마가 자리를 잡으시네요.
아저씨의 "구의역타령"은 계속 이어집니다.
곁에 앉은 아줌마의 표정은 금새 울상으로 변합니다..

저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또한 이용하는 시간도 낮시간이 많아서 지하철을 타면 비교적 점잖은 사람만 보다가 오늘에야 꼴불견아저씨를 만났습니다.
물론 취중에 혼자 지하철을 이용하는 아저씨같은 분을 만나면 짜증이 나더군요.
그렇지만, 술이 취해 계속 같은 말을 하는 아저씨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정중하게 대답하는 젊은이를 지켜 본 나는 "참 이쁜 젊은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기성세대인 저로써 미안하고 부끄럽더군요.

기성세대가 보는 요즘 젊은이들은 참을성이 없고 도덕성이 무너진 젊은이로 표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젊은이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더군요.

제발 술을 많이 드셨으면 대중이 이용하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피해줬으면 하는바램입니다.
곁에서 술 취해 반복되는 술취정 정말 꼴불견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