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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엄마, 허접한 옷입고 학교 오지 마세요.

오늘은 동네 봉사회모임이 있었는데, 집에 택배보낼것이 있어 우체부가 오는 시간과 회의시간이 맞물려 조금 늦게 도착을 하니..
먼저 도착한 엄마들끼리 종알종알거리는데, 오늘의 화제는 학교 첫공개 수업에 입고갈 옷타령입니다.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엄마가 하는 말.
"내년에 우리아들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나도 이제부터 정장 입을 준비를 해야겠다."
"언니는 늦게 아이를 낳아서 다른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으니 00초등학교 입학하면 학교갈때 옷입을때 신경 쓰이겠다.."는 등등..
자녀 학교갈때 입고 갈 옷때문에 신경쓰인다고 난리들입니다.

"첫 학부모가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는시간인데 당연히 멋지게 입어야지."
"우리아들 아침에 학교등교하면서 뭐랬지 아세요. 엄마, 허접하게 옷입고 학교 오실려면 아예 오시지 마세요. 그 말 듣고 충격먹어서 아침일찍 브렌드매장가서 정장 사입었어요."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점심먹으러 주위 식당에 갔는데, 회의에 참석한 엄마중 2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요.
"애, 00엄마, 00엄마는 안보이네.. 바쁜가보다."
회의시간은 늦게와도 점심을 꼭 챙겨먹는 엄마들이라서 더 궁금해서 이야기를 꺼냈더니..
"00엄마는 옷 갈아 입으러 갔구요. 00엄마는 옷사러 갔어요."
"왜, 좀전에 입은 옷도 이쁘던데.."
"오늘이 아이들 학교 첫공개수업인데 엄마들도 폼잡고 가야지요."

"학교 가 보세요. 학교에 오는 엄마들 고급브렌드 옷만 입고 와요.
허접하게 입고 학교에 가면 왠지 나만 초라해 보이는 것 같고..
따라서 우리아이 기 죽어요. 어쩔수없이 거금들여 고급브렌드 옷 마련할 수밖에 없어요."
"잘 됐네, 자녀 핑계삼아 이렇때 고급정장 구입하면 되겠네..ㅎㅎㅎ"라고 농담조로 한마디 건냈더니..
"언니는.. 아이들 사교육비지출이 많아서 신랑에게 미안해 죽겠는데 우리아이 학교갈때 입는 옷타령까지 하면 우리신랑 미쳐버릴걸..
아빠들이야 입는 옷 깨끗이 입고 가라고 하지만 학교에 가면 엄마들 옷자랑하는 것 같다니까.
몇십원 주고 구입한 옷인데 우리신랑에게는 몇만원 주고 사 입었다고 거짓말 해야지..ㅎㅎㅎ"

"그래요, 엄마들끼리 누구네 엄마는 어느 브렌드옷 입어서 멋지다는 둥, 누구네 엄마는 자녀학교 오는 데 옷차림이 저게 뭐냐둥..
무슨 옷가격으로 평가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사실, 옷 잘입고 오는 엄마들 보면 부러워요."
그러자 곁에서 듣고있던 엄마가 한마디 거드네요.
"작년 학교모임때 학교가 우리집앞이잖아요. 집안일이 바빠서 학교갈 시간을 놓쳐서 대충입고 학교에 갔었어요. 우리아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뭐라고 그러든."
"엄마, 옷차림이 그게 뭐예요. 다른 엄마들은 멋진데 엄마는 식모같잖아요. 그 말에 충격먹었잖아요.. 언니, 오늘 내 옷차림은 어때요."
"이쁘다, 그런데, 너는 평소에 치마를 자주 입더니 오늘은 왠일로 바지를 입었니?"
"ㅋㅋㅋ. 이번 담임은 여자거든요..ㅎㅎㅎ"
"뭐라고.."
"농담이예요. 그냥 바지정장이 맘에 들어서 이번에 큰맘 먹고 구입했어요. 교양있게 보일려구요."
"그래, 교양이 철철 넘친다..ㅎㅎㅎ"

집에 가서 옷갈아 입으러 들어간 엄마가 도착했는데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이였습니다.
막 결혼식 끝낸 새신부처럼 공부풍 치마정장을 입은 엄마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한마디 건냈습니다.
"어머나, 너무 이쁘다.. 니네집 아이담임은 남자선생님이니?"
"녜, 어떻게 아셨어요."
"넌 치마입었잖니? 00는 여자담임이라 바지입었고.."
"마쳐.. 언니 그만 웃기세요.. 열심히 꾸민 옷차림이예요.."

학교에 갈 옷에 대한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우리아이들 키울때 학교모임이 있으면, 학교에 찾아오는 학부모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담임선생님이야 부모님 꼭 참석하시라고 신신당부를 하겠지만.

그런데, 요즘 엄마들은 학교모임이라면 만사 제쳐두고라도 꼭 참석을 합니다.
심지어는 자녀 등학교까지 학교 엄마가 동행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학부모 모임은 꼭 챙기는 코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자녀가 한학년 올라가서 학부모 첫 모임이니 당연히 이쁘게 입고 가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옷으로 사람의 인격을 따지는 세상이 되다니..
"허접하게 옷입고 학교 오실려면 학교에 오지 마세요"라고 하는 아이의 말을 아이도 그렇구요.

우리가 자랄때는 헌옷이라도 깨끗하게 손질해서 입으라고 교과서에 실려있었는데, 그렇다면 요즘 교과서는 최고의 브랜드옷을 입으라고 적혀있나요..

자녀 사교육비에 휘청거리고 이젠 학교모임에 입고 갈 옷값때문에 가계부가 휘청거리게 생겼습니다.
대한민국의 아빠들이여 돈많이 벌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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