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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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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RCY본부팀에서 저소득층에게 연탄을 나누어 주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저속득층이 많이 살고 있다는 중림동으로 갔습니다.

연탄 나누어 줄 독거노인 명단을 받았으나 초행길이라 우왕좌왕하는데 그 틈사이 유난히 왜소한 아주머니께서 연탄이 들어갈 집의 골목을 설명해 주시더군요.

연탄 들어 갈 집을 확인하고 연탄나누는데 정신없는 가운데, 아주머니께서 자기집 연탄아궁이에 달린 배출기가 고장났다며 고쳐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아줌마 우린 전문가가 아니어서 고쳐줄 수가 없는데요"
"가스배출기 방행만 바꾸어주면 되는데, 내가 몸이 불편해서 할수가 없어서요"
"그럼 한번 가 봅시다."
RCY본부봉사팀 아저씨 한분과 아줌마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앞서가는 아줌마는 뒷모습은 곱추등이였습니다.

아줌마집에 도착하고 보니, 아뿔싸!!
지붕은 미군방수천으로 전체를 덥고 있는데 군데 군데 내려앉은 지붕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랬습니다.

뒷집 대문을 타고 겨우 올라가서 아줌마가 원하시는 대로 배출기방향을 잡아주고 난후 아줌마집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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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열자 2평정도 되는 마당부터 아수라장이였습니다.
아줌마 뒷편으로 보이는 곳은 아들방이라는데 문짝은 떨어져 나간지 오래되었는지 문짝달린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세탁기 뒷편에 있는 방문울 열어 들어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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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열자 천정은 무너져 내려앉아 벽한 쪽에 자리잡은 장농위에는 양동이가 지붕을 지탱하고 있고, 방 중간에는 옷걸이가 청정을 바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봐도 가관이였습니다.
겨우 두사람이 누우면 꽉 찰것 같은 조그마한 방바닥은 연탄의 온기가 남아있었습니다.
"아줌마, 여기서 어떻게 사세요"
"그저 먹고 살기도 빠듯해서 집수리는 감히 생각도 못하고 살아요"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아저씨는 두팔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으로 장애인협회에서 보조해주는 30만원은 아저씨 잡비로 쓰시고, 생활비는 아줌마께서 빌딩 청소해주고 받는 50만원으로 생활을 하신답니다.
아줌마도 장애인(곱추)라서 취직하기가 힘들지만, 정상인보다 적은 보수를 받지만 부지런하게 일한 덕에 아줌마나이 57세에도 지금 직장에 계속 다닐수가 있답니다.

두분사이에 아들이 하나있는데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군입대하여 현재 군복부중이랍니다.

"아줌마, 두분께서 장애인인데 아드님은 군대면제 되지 않나요"
"면제 되는데, 제가 우겨서 군대 보냈어요..
부모는 비록 장애인이지만 내 아들만은 정상인으로 군입대도 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하시며 말을 잊지 못하고 울먹이시네요.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고통이 얼마나 마음 아팠으면 "내 자식은 건강합니다"라고 자랑하시고 싶으셨을까요..

"아들방은 사람이 살수가 없는 방이던데, 그럼 부대에서 휴가 나오면 어디서 자나요"
"밥은 집애서 먹고 찜질방에서 자요."하시면서..
아줌마의 소원이 반듯한 방 한칸 갖는게 소원이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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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와 이야기 나누면서 내 시선이 멈춘곳은 벽 한켠에 돼지그림과 함께 박정수가 불렀던 "당신"이란 노래가사를 적어 붙어 놓은 공간이였습니다.
"돼지그림은 누가 그렸어요.. 돼지가 너무 이뻐요."
"내가 그렸어요.. 올해가 돼지해잖아요..지금까지 살기가 힘들었지만 저의 집에도 복돼지 한마리 그려 놓으면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에서요" 하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사춘기 소녀 같았습니다.

노래가사는 "아저씨"께서 노래를 너무 못 불러서 노래 가르쳐 드릴려고 적어서 벽에 붙어 놓으셨답니다..

내가 여쭙지도 않았는데 "노래가사 좋지 않으세요.. 비록 우리 부부는 장애인으로 평생을 가난하게 살지만 우리부부에게도 낭만은 있답니다"하시며 깔깔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 보이시네요..

아줌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벽에 붙인 가사를 보고 노래를 불렀더니 아줌마도 따라 부르시네요..
"나 맹세하리라 고생하는 당신께
이 생명 다 하는 날까지 그대를 사랑하리라"

요즘 돈 많은 가정에서는 아들 군대 보내지 않을려고 온갖 술수 다 쓰는데, 당신 부부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살아 가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군대면제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군대를 보내시는 어머니...

장애인으로 만나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움막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아들이 있고, 부부의 사랑이 넘치는 집..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글을 적어가면서 나는 토요일 만나 이 아줌마에게 "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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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청 자원봉사쎈타와 연계하여 아줌마 집을 고쳐 줄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의논해 봐야겠습니다..
집이 너무 낡아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블거그 친구분들 이 아줌마의 소원이 이루질수 있도록 저 햅번에게 응원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