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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봉사

명절이라 어머니 모셔왔건만, 추석지나면 쫒겨나야할 처지인 뇌수막걸린 아들.

지난 열흘간 봉사회에서 추석맞이 릴레이 불우이웃돕기 행사가 어제로 끝나고 피곤에 지쳐 늦잠자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핸드폰이 울리길래 전화를 받았더니.
한 중년남자의 울먹이는 말에 깜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지0엄마세요. 저 어머니 시설에서 모셔왔어요."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나, 어머니 모셔왔다구요."
"녜, 어머니 모셔왔는데 아들도 못알아 봐요. 우리어머니 불쌍해서 어떻해요."라고 울부짖는 아저씨.
 
그렇찮아도 "나이 53에 결혼 앞두고 뇌수막에 걸린 남자의 기구한 운명."이란 글을 올린 후 마음이 걸렸는데..
추석명절이라 쌀한포대를 들고 집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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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나이는 아흔이 넘으셨지만 건강하고 잰걸음으로 길에서 마주치면 "지0엄마 어디 갔다 오는 거야."라며 소리치던 할머니께서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하는 송장이 되었습니다.

1년사이에 너무도 달라진 할머니모습에 저는 깜짝 놀랬습니다.
"할머니가 어찌 이럴수가요."
"그러게요. 6개월전만 해도 병으로 죽어가는 아들 살린다고 발버둥 치셨는데.. 6개월만에 어떻게 이럴수가 있겠어요. 우리어머니 너무 불쌍해요.."라며 울부짖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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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갈때는 저도 정신이 없어 집안을 살펴보지 못했는데, 내가 가져간 쌀포대를 부억으로 옮길려고 집안을 살펴봤더니..
집안은 곰팡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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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쳐다보니 오래전부터 썩어 검은 곰팡이로 뒤덮고 있더군요.
"잠시 머무는 곳이지만 곰팡이라도 제거하시잖구요."
"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에 도착했는때는 온 집안이 검은 곰팡이였어요. 명절이라도 어머니와 같이 보내고 싶어 내 나름대로 대청소한 겁니다."
"그랬군요. 뒷쪽벽도 곰팡이 마저 제거하시잖구요."
"다른쪽은 걸레로 닦으니 곰팡이는 제거되었는데 뒷쪽벽은 곰팡이제거가 되지 않더라구요. 이 집도 추석 지나면 비워줘야해요. 돈은 한푼도 없고 어머니 살날도 얼마남지 않는 것 같은데.. 이 넓은 세상에 우리모자 거처할 공간조차 없다니 기가 막혀서 눈물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랬군요. 잠시 머무는 곳이지만 뒷벽 곰팡이가 제거되지 않으면 락스를 분무기에 넣어 뿌려보세요. 집안에 고약한 냄새라도 없어지게요."
"락스를요. 제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죽어가는 아들 살리겠다고 발버둥치시다 쓰러지셨단느데, 정작 아들은 어머니께 해 들리 것이 하나도 없다니.. 우리어머니 불쌍해서 어쩌나요."라고 통곡을 하는데..
두 모자를 보는 나도 눈물이 나서 그 자리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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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져간 쌀을 부억에 놓으면서 부억을 돌아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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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억바닥은 깨끗해보였으나 가스렌지는 찌든때로 엉켜져있네요.
 부억을 돌아보는 나에게 어자씨는 미안했는지, "냉장고는 이웃에서 버리는 것을 주워다 놓았더니 사용한는데는 불편이 없는데 냉장고 문짝이 말썽을 부리네요."라며 슬며시 웃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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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무는 동안 뇌수막걸려 언제 시력을 잃어버릴 지 모르는 아들, 아들을 알라보지 보지 못하는 어머니께서 잠시라도 아들을 알아볼까 계속해서 어머니께 "어머니 제가 누구게요."라며 애절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부르건만 할머니는 끝내 무표정한 모습으로 눈동자는 허공만 바라다 보고 있더군요.

추석이 지나면 이집은 재개발지역이라 비워줘야할 처지에 놓인 모자.
그저, 잠시 머무는 곳이지만  추석동안이라도 편안했으면 하는 바램을 두고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다음 일정은 관내 병든 아버지와 살고있는 아이에게 추석에 먹을꺼리 쇼핑 약속이 있어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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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인사를 하고 대문을 밖을 나와서 집주위를 돌아봤습니다.
집주위는 재개발로 이사를 간후라 문짝 떨어진 집들은 쓰레기만 낡은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추석이 지나면 쫒겨 날 운명이 놓인 병든 아들과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병든 어머니..
하루가 멀다않고 재개발사무살에서는 집을 비울 것을 종용하는 곳.
며칠전에는 집주인이 찾아와서 두모자때문에 이주비를 받지 못한다며 한바탕 소동을 부리며 갔다고 합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구청에 찾아가서 사정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어제는 재개발사무실에 찾아가서 이주비라도달라고 사정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현재 관활 동사무소에 임대아파트 신청해 두었는데, 제가 살고있는 곳은 아파트가 많지 않는 곳이라 10월 지나야 저소득층 아파트 임대계획이 있을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임대아파트신청을 한 사람이 많아서 현재 대기자가 많아 순번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모레면 추석입니다.
추석이 지나면 현재 살고있는 집에서 쫒겨나야 할 두 모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름에 뜨는 둥근달에게 소원 빌면 한가지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추운 겨울이 오기전에 부디 이 불쌍한 모자에게 기쁜소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끝으로 다음 아고라에 "뇌수막염 걸리신분 도와드려요~~"
(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donation/view?id=59544) 에 모금청원 올리신 멸치육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기쁜마음으로 서명에 동참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