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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등산길에서 다람쥐먹이 뺏지 마세요.

장성 백양사는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입구부터 갈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도열하듯 서있는 숲길은 백양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싱그러움을 선사합니다.
내가 백암사를 찾았던 시기는 추석명절이 막 끝난 날이여서 아직, 단풍들기는 일렀지만 백양사이정표를 알리는 입구부터 끝없이 푤쳐지는 자연 숲만 봐도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이였습니다.
 

자연숲이 조성된 백양사 숲길을 산책하는데 우리신랑이 팻말을 가르키면서. "니가 매일 주장하는 문구가 여기도 있네"라고 하더군요.

우리 신랑이 가르치는 팻말에는 "도토리 줍는 당신의 손! 다람쥐를 슬프게 합니다."라는 씌여있습니다.

우리신랑이 가르키는 팻말에 대한 팻말에 대한 추억이 있거든요.
우리신랑은 낚시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낚시광입니다.

몇년전 강원도쪽으로 낚시를 갔다 오더니 나에게 무슨 큰 선물이라도 주는 것처럼 의기양해서  커다름 자루를 내 놓더군요.
그런데, 자루속에는 산밤과 도토리가 든 자루였습니다.
자루 속에는 산밤과 도토리가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산밤과 도토리는 누가 주었대."
"으응, 내가 주웠지.."
"이렇게 많은 양을.."
"낚시터 뒷쪽에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어찌나 많은지 발에 밟히는 것은 모두가 밤과 도토리야..그래서 나도 주웠지."
"주워오는 것은 좋은데, 우리가 도토리와 산밤 주워오면 산에 사는 다람쥐와 날짐승들은 무얼먹고 살지."
"뭐, 어때.. 다른 사람들은 부인과 동행하여 산밤과 도토리 줍는 다고 난리던데..뭐야.. 난 기껏해서 힘들게 주워왔는데, 칭찬을 못할 망정 타박이 하지 말아야지.."라며 투덜거리더군요.
"남의 밥 훔쳐온 신랑에게 칭찬을 해야 한다고.. 주워온 산밤과 도토리 다시 산에 부워주고 오세요.."라고 말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나 보고 뭐라고 했는 지 알어."
"뭐라고 했는데.."
"지천에 깔린 산밤 쪄서 말렸다가 먹고, 도토리는 묵 쑤어 먹는다고 하던데.. 나 보고 바보래.. 이렇게 좋은 것을 줍지 않는냐고.."
"겨울철이 되면 우리 모임에서 남산에 모이주러 가는 것 봤잖아.. 우리가 그들의 먹이를 주워오면 산에서 사는 다람쥐를 비롯하여 산짐승들은 무얼 먹고 살지.. 자기는 자기가 먹을 식량을 다른사람에게 뺐어가면 얼마나 짜증 날겠어. "
"니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잘못 생각했네."
" 그럼, 다른 사람들이 산밤과 도토리 주우러 다니면 말려야지.. 가을철에 시장가면 3천원어치만 사면 밤이 얼마나 많은데.. "
"알았어.. 다음부터는 절대로 주워오지 않을께.. 밤 줍는다고 낚시도 못했네.."라며 투덜거리더군요.

백양사는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비자나무숲· 굴거리나무숲등 각각 천연기념물 제153호와 91호로 지정되어 있어 유명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빚어 낸 자연숲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특히, 갈참나무가 많아 이제부터 도토리가 익어 다람쥐의 천국이 되겠지요.

이제 곧 온 산야는 단풍으로 물들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요.
내 주위에도 가을철이 되면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 산밤과 도토리 주우러 가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제발, 이번 가을 산행에는 제발 다람쥐와 산짐승들이 겨울동안 먹을 도토리와 산밤 절대로 주어 오지 마세요..
자연이 살지 못하면 결국은 인간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