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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봉사

자원봉사자의 고충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손기정 마라톤대회.

어제 오전 열린에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출발한 손기정 평화마라톤대회 자원봉사자로 참여를 하고 왔습니다.
손기정마라톤대회는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하여 민족의 한을 풀어준 고손기정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매년 열리는 대회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였기에 기꺼이 봉사하겠다고 했습니다. 

봉사자들은 행사에 봉사하기 위해서 행사장인 상암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광장에 6시 30분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4시30분경에 일어나서 5시 30분경 지하철 첫차를 탔는데도 행사장에 도착을 하니 6시 28분, 지하철역에서 행사장까지 가려면 거리감이 있는데, 행여 늦을까 조급한 마음에 종종걸음으로 행사장까지 달리다시피해서 겨우 도착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을 하니 이미 봉사원인원부터 체크하더군요.
다행이 늦지 않게 도착을 했다는 안도감에 정신없이 행사안내원이 이끄는대로 따라갔더니 우리가 봉사할 장소는 월드컵공원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행사도우미가 안내하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말에 정신없이 버스를 탔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자동차전용도로인 한강 강변북로, 마라톤선수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한사람씩 내려두고 버스는 떠나더군요.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설명도 해 주지 않아 내가 무슨일을 해야하는지 조차 모른채 황량한 한강변에 도착을 하여 주위를 살펴봤더니 한강 서강대교부근이더군요.

한강 강변북로 차도는 이른 아침이라 칼바람이 불어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더군요.
황량하 곳에서 혼자 있으려니 춥고 배 고프고..
새벽에 나오느라 화장실용무를 보지 않은 탓에 배까지 아파오는데, 주위를 살펴봐도 오가는 차량 행렬만 보입니다.

1시간여 기다다보니 저 멀리서 마라톤행렬이 보이더군요.
한시간이상을 혼자서 황량한 벌판에서 추위에 떨고 서 있었더니 마라톤행렬이 반갑더군요.
마라톤선수들에게 박수를 치면서 화답을 하면서 1시간을 보내고, 마라톤행렬이 지나가고 난 후부터 또 다시 나는 혼자서 배고픔과 추위와 싸움이 계속 되었지만 그 누구와도 대화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행사가 끝나기만 학수고대하면서 기다릴 수밖에요.


마라톤선수들이 지나가고 난 후 갑짜기 허기가 지더군요.
뒤를 돌아보니, 월드컵경기장을 떠나 올때 나누어 주던 도시락이 생각나서 허기를 채울까 해서 도시락을 봤더니 반찬은 서로 엉켜있고, 추위에 떨어서 입안은 깔깔한데, 물 한모금 마실 곳도 없습니다.
추운날씨에 싸늘하게 식은 밥을 먹을려니 목이 막혀 밥알이 넘어가지 않더군요.
물 한모금이 마시고 싶어도 마실것도 없고, 그렇게 2시간정도 혼자서 추위와 허기에 시달려가면서 기다리다 보니 버스가 나를 데리러 오더군요.
버스를 보자 어찌나 반갑던지요.
몇시간 미아가 된 기분이었거던요.

버스를 타자 봉사원들 난리가 났습니다.
모두들, 황량한 벌판에서 새벽부터 추위에 떨어선지 표정들이 굳어있습니다.
잠시 차안에서 몸을 녹인후 봉사원들은 저마다 힘들었던 몇시간의 고충을 늘어 놓더군요.

* 나이가 예순이 넘은 봉사원은 오줌을 참다가 배가 몹시 아파 지나가는 경찰에게 구조요청을 했는데도 행사가 끝났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해 주지 않아 오줌을 팬티에 실례를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몇시간이 몇일이 지난 것 같다고 하더군요.

 * 50대봉사원은 허기진 배를 채울려고 물없이 찬밥을 먹었더니 체했다며 소화제를 사야 한다며 약국부터 찾는데, 행사진행요원은 들은 채도 하지 않고 그저, 출발한 곳에 가야 약을 사 먹을 수있다고 합니다.

* 행사장이 시작된 곳에는 생수가 넘쳐나더군요.
그런데, 봉사원에게는 물 한컵도 나누어 주지 않았습니다.

* 마라톤구간에 응급구조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응급환자가 없어 현장에서 놀았답니다. 그렇다면 마라톤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을 구조하기 위해서 있었던 응급구조차량, 봉사원은 현장에서 봉사를 하면서 몸이 아파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군요..

참으로 어이없는 현장입니다.
사전에 봉사원이 해야하는 일을 알려 주었으면 커피포트에 뜨거운 물을 준비 했을텐데..

사실, 저는 자원봉사를 20여년동안 해 왔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뭘 바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내가 남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손기정마라톤대회에 자원봉사를 해 보니 어쩌면 이리도 봉사원에게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다니.. 정말 황당하더군요.
 
손기정마라톤행사는 얼마나 잘 진행되었는지 현장에 있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습니다.
자원봉사들은 자기 돈으로 경비까지 쓰면서 봉사를 합니다.
자원봉사들은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까지 허비해 가면서 봉사를 하는데, 자원봉사들에게 이렇게 무심하다니...

봉사에 참여한 봉사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음부터 손기정마라톤대회 자원봉사요청 받으면 절대로 자원봉사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모든 행사는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몴이 아주 많습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지만,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자기가 좋아서 봉사를 하는데, 이번 손기정마라톤대회는 자원봉사들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그런 대회였습니다.
 
행사도 중요하겠지만 자원봉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