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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야자시간에 잃어버린 PMP, 친한 친구가 도둑?

일상이 바빠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머리가 엉망이라서 모처럼 시간을 내어 동네 미장원에서 파머나 할까해서 미장원을 찾았더니 이른 시간인데도 동네 아줌마들 서넛 모여있더군요.
간단한 인사를 한 후 평상시처럼 아줌마들의 수다가 시작되는 중, 한 아줌마가 흥분한 어조로 느닷없이...
"00 아시죠."
"으응.. 그래 기억난다.. 자기 아들과 비슷한 또래지.."
"맞아요.. 우리아들과 같은 반이예요."
"그렇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쬐끄만 녀석들이 벌써 고3이라니..세월 참 빠르다...그런데 갑짜기 왜?"
"이럴수가 있나요.. 우리아들, 진즉부터 PMP. 사달라고 졸랐는데.. 공부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해서 한달전 큰맘 먹고 사줬더니 사흘만에 잃어버렸다잖아요."
"어머나.. PMP, 가격도 만만찮을텐데..구입한지 삼일이 되는 날 잃어버렸으면 제대로 사용도 못했구나..도대체 어디서 잃어버렸어.. "
"학교 야자시간에 PMP 켜둔채 잠시 자리비운 사이에 없어졌데요.. 잃어버린것도 속 상하지만  더 기가 찬 것은 우리아들이 잃어버린 PMP가 중고싸이트에 올려져 있는데 친구 아이디라는 거예요."
"중고싸이트에 올려진 PMP가 아들친구가 올린 것인지 어떻게 알았어."
"우연히 중고싸이트 보다가 아들이 잃어버린 PMP와 똑같은 모델이 올려져있길래 자세히 보니 눈에 익은 아이디라는 겁니다. 파는 사람의 핸폰번호를 보니 분명 같은 반 친구더랍니다."
이야기 나누는 중 PMP를 잃어버린 엄마는 믿었던 친구가 훔쳐갔다는 추측이 놀랍기도 한지 너무도 흥분하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더군요.

동네아이가 잃어버린 PMP모델


PMP를 잃어버렸다는 아이의 부모는 맞벌이 부모로써 가정형편이 넉넉치않아 흔한 사설학원 제대로 보내지 않았는데도 제법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써, 수능동영상싸이트를 다운 받아 예습과 복습한다는데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고3이 되어서 구입해 주었답니다.
그런데, 구입하자 3일이 되던 날 잃어버렸답니다.

어렵게 구입한 PMP를 3일만에 잃어버린것도 속상하지만 초등학교시절부터 동네에서 함께 자란 아이가 훔쳐갔다는 사실이 더 마음이 상하답니다.
물론, 부모들과도 친분이 있지만 아이의 부모가 마음 상할까 봐 이야기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속만 끓고 있다며 저보고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물으면서..
"사실, 당장이라도 우리아들 PMP를 훔쳐간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당신 아들이 도둑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아이의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요.. 하루에 열두번씩이나 '말을 할까, 아니야.. 참아보자...'라며 혼자서 내 마음을 다독여요."
"그렇구나.. 학교에서 잃어버렸으니 담임선생님께 상의를 하잖코."
"당연, 우리아들이 PMP 잃어버리던 날 선생님께 이야기를 드렸지만 그것으로 끝났대요."
"그럼, 중고싸이트에 나왔다는 것도 선생님께 말씀드렸대."
"아니요.. 차마, 말하지 못했대요. 내아들이 눈치를 챈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팔렸는지 이튿날 바로 중고싸이트에서 사라졌더래요..싸이트에 올려진것을 복사해서 저장해두어야 했었는데.. 친한친구가 훔쳐갔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라워서 복사해두는 것조차 잊어버렸어요."
"그랬구나... 얼마나 속상했을꼬..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아들이 고3이라 한창 스트레스 받을때인데.. 새로 구입해 줘야겠구나."
"아들 공부를 생각하면 다시 구입해줘야하는데..PMP의 가격이 30만원이 넘으니 사주기가 싶지 않네요."

큰맘먹고 사준 PMP를 사줬는데, 3일만에 잃어버리고 온 아들이 야속했지만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어릴때부터 동네에서 자라온 친구가 훔쳐갔다는 사실이 더욱더 충격이라는 엄마..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당장이라도 엄마에게 알리는 것이 아이들의 장래에 좋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이야기를 한창 나누다 보니 나 자신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