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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점상 데모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랍니다"

모처럼 집안 대청소하는데, 저녁무렵 5년전 저의 집에서 세들어 음식점을 경영하시다, 저의 집이 도시계획으로 헐리게 되자 다른 곳으로 이사가신 분께서 모처럼 저의 집을 찾아 오셨습니다.

저의 집을 떠나 식당을 큰음식점을 운영하는다는 소식은 들은지라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더니 1년이 지나자 장사가 안되어 집세와 일하는 사람 인건비 감당을 못해서 식당을 그만 둔지 몇년 되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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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상가


"그럼 요즘은 뭘하세요"
"동대문부근에서 포장마차를 권리금주고 사서 하다가 학원가주변으로 옮겨서 토스트장사해요"
"저의 집에서 이사 나가실때 큰식당 차려 나가셨잖아요."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되었는데, 점점 장사가 안 되더라구요..
작은점포에서 식당을 운영할때는 종업원없이 부부가 열심히 일하면 몸은 고달퍼도 적자는 면할수 있는데, 규모 큰식당 운영하면 장사가 잘될때는 괜찮지만 장사가 안되면 종업원인건비에 비싼집세등 감당이 안되더군요.. 몸과 마음이 지쳐 쓸어졌어요. 결국은 보증금 다 까먹고 빈털털이가 되었어요"
그런데, 아줌마께서 하시는 말씀에 저는 놀라웠습니다.

"동대문은 상권이 좋아서 장사가 잘 되는데 왜 옮기셨어요"
"장사 잘 되면 뭘해요, 매달마다 전노협회비 내야죠..
툭하면 데모 참석해야죠..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장사 그만두고 데모 나가면 누가 일당 주나요...
노점상 데모하는 사람들, 먹고 살만한 사람이나 하는 거예요.
입에 풀칠하기 바쁜데 어떻게 데모를 해요..
어쩔수 없이 동대문을 떠날수 밖에요...
장사는 좀 덜 되어도 마음은 편해요."

대화도 중 전노협이란 단어가 나올때마다 아줌마는 격양된 목소리였습니다.
"아니, 전노협이 뭐예요."
"결혼을 늦게해서 아이들은 어리죠.. 산입에 거미줄 칠수는 없고해서 작은돈으로 할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다가 동대문 변두리에 포장마차를 인수해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전노협이라고 찾아 오더군요..
저도 몰랐어요. 그냥 포장마차에서 열심히 장사만 되는 줄 알았는데, 노점상마다 전노협이라는 단체가 있더군요."
"그럼, 전노협에서 도와주는 것은 있나요."
"글쎄요.. 도로청소랑 정비해 준다지만, 장사가 파할무렵에는 우리가 해요..딱히 도움되는 것이 없어요. 포장마차를 하다보면 구청단속이 제일 무서운데.. 단속 나와서 포장마차 수레 뺐기면 개인이 벌금 물어서 찾아와야 해요."

딸은 대학 1학년을 다니다 등록금 마련을 못해서 휴학해서 직장 다니고, 올해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는데 입학금 마련 할 방법이 없다며 한동안 신세타령을 하더군요.
 
아이 아빠는 장애인이지만 건축노동판에 나가 노동일을 했는데, 수전증이 심해 일을 주는 사람도 없고..... 어쩔수없이 포장마차를 시작했는데, 부부가 일생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가난을 면하기가 심지 않다며 당장 아들 대학입학금이 걱정라네요.

저도 가끔 제가 사는 구청에 갈때마다 노점상인들 데모하는 광경을 자주 보는데, 오늘 저의 집에 찾아온 아줌마의 말이 계속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하루 벌어서 겨우 생계유지 하는 사람들이 어찌 데모를 하겠냐"는 말이요.
평생을 궂은 일마다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가난은 언제 면할려는지..
제 마음이 답답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