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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대학등록금이 무서워 군대 말뚝박다.

오늘도 독거세대와 조손가정에게 나누어 줄 김장담는 행사가 있어 이른 아침 외출했다가 피곤에 지쳐 집으로 돌아 오는데 할머니 한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데..
"회장님 어디 아프세요."
"어머나, 누구신가 했어요. 오늘도 조손가정에게 나누어 줄 김장김치 담구는 행사에 참가하고 왔어요."
"아직도 여전하시구나. 우리조카도 회장님 덕에 잘 자랐지요."
"아니예요. 제가 해 준 것이 뭐가 있다구요. 조카가 워낙이 착해서 잘 자랐지요. 그런데, 조카는 군대 제대했겠네요."
"우리조카, 아직 군대있어요."
"녜엣!! 군대 간지 꽤 오래됐잖아요."
"그럼요. 군대 제대할 때가 벌써 지났지요."
"그런데, 왜 아직도 군대에 있나요."
"이야기 하자면 사연이 길어요."
"사연이라니요."
"사실은요, 군대 말뚝 박았어요."
"뭐라구요. 군대 말뚝을 박다니요."

군대에 말뚝 박았다는 이웃할머니네 조카를 처음 만난 것은 10여년전, 중학교 1학년이였습니다.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네 조카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이혼한 가정으로 엄마는 가출했고, 아버지는 사업실패 후 패인이 되다시피하여 소식이 끊어진 채 할머니와 사는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돌보는 할머니께서는 아흔이 다 되어 아이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시지 못하여 이웃에 사는 고모가 돌보는 아이였는데, 부모가 이혼을 하기 전 부모밑에서 평범하게 자라던 아이였습니다.
갑짜기 바뀐 환경을 적응하지 못하여 무던히 가슴 졸였던 아이였습니다.

고모네도 형편이 좋지 않아 그 아이를 뒷바라지 할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저의 봉사회에서 결식아동 밑반찬 나누어 주는 일로 그 아이를 만났습니다.

"대학 다니다가 군대가지 않았나요."
"그랬지, 허지만 제대를 하고 나온다고 해도 걱정이었거던..대학등록금이 몇푼하는 것도 아니고..1년에 적어도 천만원은 있어야 하는데.."
"맞아요. 대학등록금 너무 비싸요."
"대학입학금은 회장님 덕에 해결은 했지만, 학교 다니면서 등록금때문에 코피터지라고 아르바이트하는 조카를 볼때마다 마음 아팠거던, 그렇다고 고모가 살지 힘들어 조카 등록금 대 줄 형편도 못되고..."
"그랬겠네요.."
제대할 무렵, 조카가 느닷없이 "고모, 나 군대 말뚝 박을거야.. 대학 등록금때문에 아르바이트하기가 두려워.. 졸업을 한다고 해도 취직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군대 말뚝 박고 싶어."라고 하더랍니다.
그렇게 그 아이는 군대에 말뚝박은 후 현재 군에서 잘 근무한다고 합니다.

"어릴때 조카가 불쌍해서 많이도 울었는데, 그랬던 그녀석이 이제 어른이 다 됐어. 어렸을때 엄마따라 간 여동생 찾아서 군대에서 받은 월급으로 여동생 대학 보냈잖우. 동생도 전문대학 졸업해서 이번에 취직했어요."
"어머나, 대견도 해라.."
"으응.. 또 있어. 조카가 대학 졸업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운가 봐.. 내년에는 야간대학이라도 등록한다고 하더라."
"그동안 고모님이 곁에서 잘 돌보아 둔 덕일 겁니다."
"나보다 회장님이 더 고맙지요. 조카가 어려울때 많이 도와 준 덕이지요."
"아니예요. 조카가 잘 커주어서 제가 고맙지요."
그렇게 그 아이의 고모와 나는 한동안 기쁨에 젖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학등록금때문에 제대하지 못한다는 말에 잠시 마음이 아팠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잘 자라준 그 아이가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