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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딸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다니.

어제 저녁무렵 딸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나 있잖아. 명동칼국수가 먹고 싶은데, 명동에서 만나자."
"날씨도 추운데, 그냥 집에서 먹자."
"추운데, 나올려니 귀찮은 거지.. 그래도 나오세요."라며 애교스런 목소리를 하는데..
"그래, 알았다.. 명동입구에서 만나자.."

명동에서 딸을 만나 칼국수를 먹은 후, 딸은 겨울구두를 산다며 구두파는 가게로 들어가더니 구두를 돌아 보더군요.
나도 심심해서 이것 저것 돌아 봤더니..
"엄마, 이 부츠가 맘에 드나 봐."
"으응.. 오랜만에 쇼핑 나왔더니.. 정신이 없네.. 이 가게 신발 가격도 저렴하고.. 모양도 괜찮네."
"그렇지.. 나는 이 구두점에서 신발 사 신는데.. 엄마는 백화점가서 사 줄께."
"백화점에는 왜."
"엄마 부츠 사 줄려고."
"그렇찮아도 편하게 신는 부츠 하나 사 신으려고 했는데.. 나도 여기서 살래."
"그 부츠가 맘에 들어. 그럼 그 부츠사고 다시 백화점가자."
"이 부츠 샀으면 되었지. 백화점은 왜.."
"그 부츠는 편하게 신고.. 백화점가서 제대로 된 부츠 하나 더 사 줄께."
"이 부츠면 됐지, 또 무슨 부츠야."
"엄마는 부츠사면 또 몇십년을 신을꺼잖아."
"그랬었나.. 아! 그 부츠.. 사실, 부츠는 겨울 잠깐 신는 거잖아. 이번 겨울 꺼내 봤더니 멀쩡하던데.."


그러고 보니, 며칠전 외출하기 위해 부츠를 꺼내는 엄마를 보던 딸이.. 
"엄마, 그 부츠 아직도 신는거야."
"으응 올해도 신어야지."
"그 부츠 도대체 몇년된 줄이나 알아."
"글쎄다.. 한 20년 다 되어가나.."
"이제, 그만 신고 제발 좀 버려라.. 부츠장사 다 굶어 죽겠다.."
"이 부츠가 어때서.. 아직도 멀쩡하기만 한데."

부츠를 산 후 딸은 다른 매장으로 옮겨 다시 쇼핑을 했습니다.
한 겨울에 입어도 춥지 않을 두둠한 후레아스커트와 초록색 풀오버셔츠를 하나 더 샀습니다.
"엄마, 오늘 산것..내가 엄마에게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으응, 그러고 보니 모레가 크리스마스구나.. 자식에게 크리스마스선물을 해 봤지만 내가 자식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다니.."
"에고, 울 엄마 감동먹었구나.. 그런데, 엄마.. 엄마는 몇년만에 받아 보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지..."
"글쎄다.. 우리 어릴때는 크리스마스가 따로 없었거던. 설이 닥아오면 설빔만 얻어 입었지.."

사실, 내가 자란 곳은 작은 소도시였는데..
우리가 어렸을때는 부모님께서 불교를 믿었기에 따로 크리스마스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교회 다니는 친구들은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을 뿐이었던 시절이였고.. "동화책에서나 크리스마스선물이 있구나.." 할 정도였습니다.
학교다니면서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 주고 받는 것이 고작이였던 시절이였습니다.


"얘, 치마는 괜찮은데.. T셔츠, 엄마가 입기에 어색하지 않을까?"
"엄마는.. 요즘 이런스타일이 인기야.."

이렇게 딸로부터 크리스마스선물을 받았습니다.
내 나이 50이 넘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다니..
그러고보면 정식으로 가족들로부터 크리스마스선물을 받은 것은 딸에게 받은 선물이 처음이네요.
딸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올 겨울내내 이 옷과 부츠를 신으면서 딸자랑 좀 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