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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봉사

모녀가 함께 보면 좋을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어제 오후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를 저의 봉사원들과 단체 관람을 했습니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는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초연때 이미 본 연극이지만 제가 회장으로 있는 봉사회가 단체관람이라 나는 두번째 보는 뮤지컬이였습니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라데"는 서른 세살 노처녀 박지선과 결혼도 못하고 딸하나 키운 박지선의 엄마, 미혼모의 이야기다.

뮤지컬의 시작은 서른세살 노처녀 박지선이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인터넷 방송
<한밤의 세레나데>를 진행하는 CJ(사이버자키)로 시작된다.

웃음과 눈물을 나누는 심야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지는 CJ 고구마 박지선의 공간은 예쁠 것도 없는 좁은 다락방.
홀어머니가 운영하는 순대국집 한 켠에 자리한다.
통기타를 메고 발차기를 날리는 열정어린 CJ 고구마의 세레나데는 허름한 순대국 같은 일상이 펼쳐진다.

나이 서른 셋에 시집도 못 가고 일정한 월수입도 없이 빈둥거리며 한밤중엔 괴상한 노래만 불러대는 딸 지선이 못마땅한 엄마.
젊은 나이에 남편죽고 딸하나 키웠지만 서른세살 되었지만 시집도 가지않고 날마다 빈둥거리는 딸이 한심해 보여 시도 때도없이 딸을 몰아 붙인다.

박지선은 CJ고구마로 불리며 네티즌들이 올리는 사연을 소개하고 통기타로 즉흥곡을 불러주며 그들의 상처를 쓰다듬어주는 큰 언니 같은 존재다.
바람둥이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한다는 사연에 온갖 나쁜 병명을 동원해 퍼부어대는 저주가 익살스럽다. 

박정자 여사는 굵은 손마디로 먹음직스럽게 순대를 썰고 손대중으로 굵은 소금 툭툭 털어내 맛깔스러운 순대국을 만들다가도 나이 서른세살이 되도록 빈둥거리며 한밤 중만 되면 바락방에 앉아서 괴상한 노래를 부르는 딸이 못마땅해서 시도 때도없이 욕지꺼리를 거침없이 토해낸다.

서른세살 노처녀 딸 박지선에게도 남자친구가 있다.
밤새 도너츠를 튀기는 지선의 남자친구 ‘도너츠’는 어눌한 말투에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노처녀 지선이를 사랑하기에 지선이어머니에게 친해지고 싶지만 엄마는 왠지 못마땅하다.

매일 똑 같은 일상.
엄마는 서른세살이 되도록 시집 못가고 빈둥거리는 딸이 한심하고, 딸은 평생을 순대국만 파는 엄마의 초라한 모습이 짜증난다.
그렇게 엄마와 딸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매일 이어지는 타툼이지만 모녀는 지긋지긋한 삶을 탈출하지 못하고 서로를 원망하며 날마다 똑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그런던 어느 날, 엄마와의 다툼이 극에 달하고 폭발한 지선은 엄마가 운영하는 허름한 순대국집 다락방에 올라가 미친 듯이 마이크를 잡고 울분을 토해낸다.
서른 세살 노처녀가 쉴 수 있는 세상 유일한 은신처 다락방은 그에게 가장 소중한 곳이다.

그러다가, 박지선은 어려서 즐겨들었던 낡은 LP판을 집어든 지선은 근사하게 통기타를 메고 있는 혼성듀엣의 다정한 모습이 좋아 자신의 부모님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긴다.
 

70년대의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노래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이 흐르고 지선은 초라한 엄마를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며 방송을 하던 중 감전이 되어 정신을 잃는다.   

 지선이 묵직한 뒷목을 잡고 부시시 눈을 뜬 곳은 다락방이 아닌 음악다방 ‘쎄시봉’.
엄마와 ‘도너츠’는 지선이 그토록 바라던 혼성듀엣 ‘나랑 너랑’이 되어 유난히 맑고 고운 음색으로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을 부르고 있다.

어리둥절한 지선에게 자신들을 소개하는 혼성듀엣 ‘나랑 너랑’은 다름아닌 지선의 아빠 박봉팔과 엄마 박정자.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는 정자는 순대국집 아줌마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는 그저 사랑스럽고 앳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팔바지 자락을 휘날리며 느끼한 멘트를 날리는 박봉팔과 정자는 가수가 되고 싶어 무작정 가출하여 가수 데뷔를 꿈꾸는 소박한 연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봉팔과 정자는 음반기획사의 오디션에 듀엣으로 응시한다.
오디션현장에서 정자는 임신한 몸이여서 오디션현장에서 노래만 시작하면 임신입덧때문에 오디션에서 탈락하고 만다.
기획사측에서 수려한 외모의 남자가수가 필요하다며 봉팔 만을 데뷔시킨다.
생계를 위해 홀로 가수로 데뷔해 인기몰이에 성공한 봉팔, 그런 봉팔을 먼 발치에서 바라봐야 하는 정자는 임신한 몸으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선은 자신을 임신하고 있는 나이 어린 엄마를 동생처럼, 딸처럼, 친구처럼 감싸안아 주는데….

그러던, 어느 날 잘 나가던 박봉팔의 스캔달때문에 엄마정자와 심하게 다툰 후 박봉팔은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그렇게 홀로 된 엄마 정자는 가수의 꿈을 접고 사랑하던 사람, 박봉팔이 남긴 딸 미선을 키우며 순대국집을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엄마 정자는 순대국집을 운영하면서 억척스럽게 살면서 키운 딸은 서른세살이 되도록 시집 못가고 빈둥거리는 딸이 원망스럽고, 딸 미선은 욕 잘하고 초라하게 늙어가는 엄마가 원망스럽다.
서로를 원망하며 사는 두모녀..
그런데, 감전되어 잠시 뒤돌아 본 부모님의 삶을 뒤돌아 보며 두사람은 화해를 하게 된다.

나도 70년대에 사춘기를 보내면서 늘, 말없이 희생하는 엄마를 보면서 자랐다.
자기 분노를 무조건 참고 사는 엄마의 삶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엄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가..
살면서 짜증이 나면 딸에게 모든 것을 퍼붙는 엄마가 되었다.
그럴때마다 우리딸은 나보고 "내가 엄마 밥이야, 왜 나에게만 야단을 치는 거야."라고 원망한다.
어쩌면 딸과 엄마는 서로 사랑하기때문에 짜증을 부리는지도 모른다.

"한밤의 세레나데"의 줄거리는 슬프지만 공연내내 배우가 쏱아내는 노래와 몸짓은 우수꽝스럽고 재미가 있다.
 70년대 나팔바지와 통기타음악과 70년대 DJ가 보여주었던 억눌한 대사만으로도 관객은 한바탕 웃을 수 있는 뮤지컬이다.
특히, 딸, 미선과 엄마 정자의 삶을 보면서 칼로 물베기 보다 더 어렵다는 엄마와 딸의 싸움은 지긋지긋한 일상조차도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는 모녀에게 꼭 보라고 권하고 싶은 뮤지컬이다.
"한밤의 세레나데"를 보고나면 우리부모님이 자식을 임신하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느끼게 하는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