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곳에 가고 싶다

설에 친정 못가는 전라도며느리.

오후에 친정 가까이 사는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별일 없냐."
"응 별일없어, 언니는.."
"나야 잘 있지..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 해 봤다.. 시어머님 제사는 올해도 니가 지내냐."
"그럼, 손윗동서분께서 외국에 계시니 어쩔수가 없잖아."
 "그럼 올해도 혼자서 명절차례음식 준비해야겠구나.. 힘 들어서 어떻하니?"
"힘든건 괜찮은데, 손윗동서네가 외국 계시니 우리식구만 차례를 지내니 왠지 쓸쓸하더라. 명절은 온 가족들이 만난다는 것도 설레임인데..예전에는 식구들이 모여서 차례지내고 세배드리는 맛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드네.."
"니네 식구들만 설을 보내니 니가 편하잖아.. 나이가 드니 편한게 최고더라."
"대구동생이랑 마산 동생은 안동 오겠네."
"당연히 오겠지.. 형제들 다 모이는데 너만 오지 못하니 허전해서 전화라도 해 봤다. 설 잘 쉬고 건강해라." 하며 전화를 끊고나니 왠지 쓸쓸해지더군요.

우리집 형제는 6남매인데, 언니는 같은 고향사람끼리 결혼해서 형부께서는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다가 정년퇴직하시고 고향에 내려가서 사시고, 여동생 둘은 경상도신랑 만났으니 자기네 시댁 명절차례 올리고 이튿날이면 친정나들이를 하지만 저만 갈 수가 없습니다.
또한, 남동생은 서울에 살지만 막내올케랑은 대학동창이면서 올케네친정과 가까워서 친정부보님 제사가 끝나면 올케네는 친정을 들려서 서울로 옵니다.

친정형제 중 저는 서울로 시집을 왔는데, 시댁은 전라남도 나주입니다.
시댁은 우리신랑이 4살때 서울로 이사를 와서 명절은 서울에서 지냅니다만, 시부모님 산소가 나주에 있으니 시부모님 산소도 못 가는 처지에 친정부모님 산소에 가 보자는 말을 못하고 삽니다.
그래서, 설만 오면 저는 친정형제들과의 재후를 못해 늘 우울한 명절을 맞이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설만 닥아오면 나는 친정가는 사람이 제일 부러울 수밖에요.
명절이면 친정형제들은 한자리에 모여서 밤새워 고스돕치면서 명절을 친정에서 보내는데, 둘째딸인 저만 친정형제들과 만남을 갖지 못합니다.

동창들도 서울에 사는 친구가 많은데, 시댁과 동향인 친구들은 명절이면 시댁가면서 친정을 들렸다 왔다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왜 그리도 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옛말에 사돈댁과 정냥(화장실)은 멀수록 좋다고 했는데, 그 속담조차 옛말이 되었네요.
제가 여태껏 살아보니 그 말만은 틀리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설만 되면, 큰형님댁에 가서 차례 모시고, 형제들이 모여서 씨끌벅적했는데 올해도 저는 혼자서 시부모님 차례를 모십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설준비로 주부들은 바빠지겠지요.
가족 뒷바라지 하신다고 피곤하시겠지만, 저처럼 쓸쓸한 명절 보내는 것보다 설은 온가족이 모여서 정 나누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모쪼록 가족과 함께 모여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한옥마을에서 찍은 동영상입니다.
아리랑을 애절하게도 들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