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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전, 대기업총수 운전기사를 만났습니다.

불교방속국에 볼일있어 가던길에 택시를 탔는데 택시를 타자 말자 택시기사는 목적지로 가는 길에 대해서 묻길래 상투적인 내용이라 대수롭잖게 대답을 했더니..
"불교방송은 마포에 있는데 퇴계로와 을지로, 종로등 가는 길이 많습니다. 퇴계로로 가는 길이 가장 좋겠지만 혹시, 차가 밀리면 손님에게 미안하더군요. 손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가겠습니다."라며 다른 기사분보다 꼼꼼하게 열거해 가면서 묻더군요.

오늘따라 일상이 바빠서 방송에 사용하는 멘트준비를 못해서 마음이 초초한 탓에 그냥 건성으로 "아저씨는 택시기사니까 저 보다는 길에 대한 정보감각이 좋으실텐데 아저씨 편한대로 가십시다."라고 대답하고 난 후 나는 방송국작가가 보내 준 메일을 보고 있는데 자꾸 말을 시키더군요.
"늦은 밤에 방송국은 무슨 일로 가십니까"
"녜, 방송국에 볼일이 있어서요."
"그러세요. 저는 개인자가용 운전하다가 개인택시운전 한지 오래 되지 않습니다."
그 말에 택시아저씨 앞에 있는 백미러를 쳐다보니 60대정도로 보이더군요.
"년세가 꽤 많은신 것 같은데, 관공서 차 운전하셨나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그룹회장님 자가용운전사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집에서 좀 쉬다가 소일꺼리로 개인택시를 샀습니다."
"어머나, 그러세요. 계속 근무 하시지 왜 그만 두셨어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 뒀습니다."
"힘들어도 기업총수 전용기사생활을 하셨으면 월급은 많이 받으셨겠어요."
"98년도까지 근무했었는데 월급으로 400만원정도 받았습니다. 기사월급치고는 최고의 대우였지요. 16년간 곁에서 회장님을 모셨는데 휴일도 없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대기입니다.. 늘, 긴장의 연속이였거든요."
"힘들어도 월급이 많은데 계속 근무하시지 그랬어요. 그래도 세상 사는데 돈이 최고잖아요."
"돈, 중요하지요. 제가 그만 둘 무렵, 제 나이도 50대 후반이였어요.
피곤해서 체력이 따라주지 못하더군요.
회장님께서 몇년만 더 근무해 주기를 원하셨지만 제가 너무 지쳐서 그만 두었습니다. .저도 회장님 일정 따라 다니기 힘들었는데 그 년세에 어디서 그런 카리스마가 나오는지.. 역시,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더군요.
기업총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제가 그만두고 난 후 몇년뒤 회장님께서 돌아가셨어요."

택시기사 아저씨는 근무했던 기업총수의 함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2000년도 무렵에 돌아가신 기업총수라면 현대의 정주영총수, 제 추측입니다.
택시기사아저씨는 대기업총수 운전기사를 16년간 하셨는데, 처음에는 출퇴근하다가 그만 둘때까지 7년은 기업총수집에 머물면서 일정을 기업총수와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면서 생활을 하시다가 끝내는 힘들어서 그만 두셨답니다.

7년간 기업총수집에 머물면서 회장님과 같이 생활 할때는 월급만 집으로 보내고 자식과 부인은 한달에 2번정도 얼굴만 잠시 보고 총수집으로 돌아 가야했기에 자식이 커가는 가정을 보지 못해 집에 가면 낯선 이방인처럼 느껴져 가족에게 미안하고, 자기를 위한 시간은 단 10분도 가지지 못한 생활이였다고 합니다.
결국은 자신이 피곤에 지쳐 그만두었다고 하더군요.

기업총수네 집에는 전용자가용이 세대가 되는데 행사별로 타고 다니는 때와 장소, 업무별로 타는 자가용도 다르다고 하더군요.
기업총수는 많은 업무양때문에 피곤에 지쳐있어 곁에서 보면 가여워보인다고 하더군요.

기업총수라 하면 일반인들은 부러운 인물인데,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돈만 많으면 뭣합니까? 늘, 바쁜 일정에 쫒겨 식사시간도 일정하지 않지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움직이기 때문에 잡이 모자라 이동 중 차안에서 새우잠 자기가 부지수입니다.
나야, 회장님 업무 중 잠시 차안에서 가끔 잠을 자지만요..현재 개인택시를 하는 제 생활이 더 편하답니다."

그렇게 방송국 가는 길에 아저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이길로 가게되면 손님은 방송국건너편에 내리게 됩니다. 방송국앞은 대로변이라 건널목도 없어요, 요금은 추가되겠지만 골목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며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베였더군요.
목적지에 도착을 하니. 술취한 취객이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더군요.
순간, 기사아저씨는 나보고 "위험하니 내리지 마시고 차안에서 잠시 계십시요."라고 하더니..
기사아저씨는 차에서 내리더니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왼쪽을 열어주더니 "손님이 앉은 쪽의 문으로 내리지 마시고 이쪽으로 내리십시요."라며 정중하게 차문을 열어주더군요.

잠시, 만난 택시기사아저씨였지만 오랫동안 기업총수를 모셔선지 대화중 예의 바르고 손님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배려하는 아저씨의 몸에 밴 매너에 저는 기분이 참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