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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영감 차례지내러 외국가는 아내.

어제 아침 큰고모(시누이)께서 명절 차례지내려 조카(시누이 아들)가 살고있는 호주 가신다며 전화가 왔네요.
"잘 있는가"
"저야 잘 지내지요."
"나, 명절차례 지내러 아들이 살고있는 호주가네. 시부모님 차례상 혼자 준비하느라 자네가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며느리로써 당연한 일인데요.."
"자네는 막내며느리잖아. 자네 시숙가족들이 미국이민 떠나기전에는 온 가족이 모여앉아 집안이 씨끌벅적했는데, 뿔뿔이 헤여져있으니 옛날이 그립네..서울에 있어도 자네에게 도움도 못주네."
"이 참에 호주에 가셔서 아들과 같이 사세요."
"아니야, 난 호주가 싫어. 친구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데.. 나이 80에 무슨 영화를 누린다고 정든 한국을 떠나서 살아.."
"그렇다고 서방님제사와 차례때마다 호주로 가시기엔 불편하시잖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 움직일수 있을때 다녀와야지..어쩜 이번길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섭섭하게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모처럼 가시는 길 잘 다녀오시구요.. 조카, 손주와 즐거운 시간 보내다 오세요..조카에게도 안부 전해 주시구요."
"그러겠네.. 낼이면 내 나이도 80인데, 이번 길이 마지막이 될지 몰라... 몸도 예전같지 않고. 비행기타기가 무서워.."
하시며 서방님차례 지내려고 먼 이국땅으로 떠나시는게 언짢으신 듯 말을 흐리시더군요.

조카는 이국땅에서 고생하다가 집도 마련했고 자식들도 잘 자란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또한, 조카는 어머니를 호주로 모신다고 했지만, 한국에 친구가 많고 살아온 세월이 있어 서울에 혼자남아 남편제사를 모셨는데 연세가 많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으시자 2년전 아들이 아버지제사를 호주로 모셔갔습니다.

저의 큰시누이는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두셨는데, 일찍 서방님께서는 돌아가시고 홀로 자식을 키워 시집, 장가를 다 보내셨습니다.
막내로 낳은 아들은 15년 전 호주로 취업이민을 떠났지만, 홀로 산 세월이 길어선지 고모는 노인대학에서 노래도 배우고, 수영장도 다니시고 춤도 배우면서 노년을 즐겁게 사셨습니다.
년세가 많으셔도 동네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즐거운 노년을 한국에서 보내셨으니, 친구들을 떠나시기 싫으신겁니다.
얼마전에는 고전무용발표회가 있으시다며 저를 초대하더군요.
꼭두각시 춤을 추는데, 춤매무새가 어찌나 이쁘셨는데..

서방님 명절차례 지내신다며 외국에 있는 아들집으로 떠나시면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하시는 말씀이 내내 마음에 걸리네요.

저는 막내며느리지고, 우리 신랑은 시아버님께서 쉰이 넘어 낳은 쉰둥이입니다.
그래서 장조카도 저 보다 나이가 많고, 큰시누이네 조카도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10년전만해도 6남매를 비롯하여 조카들까지 모이면 대식구였는데, 시부모님께서 돌아가시자 윗 동서들은 자식따라 외국으로 이민가시고 결국은 저의 형제와 큰고모만 한국에 남아계셔서 마음의 위안이라도 되었는데..
곁에서 당신 딸보다 나이가 적은 막내올케 억지투정도 받아주셨는데.
벌써, 년세가 여든이시다니..

저도 자식을 남매를 두었는데, 내 자식도 한국에만 산다는 보장이 없겠지요.
그렇다면, 나도 큰고모님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설명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까치설날이구요.
내일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설입니다.
가족과 즐거운 시간 되시고, 무자년 새해에도 행복만 가득하소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오드리햅번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