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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높임말을 쓰면 내가 높아져요.



지난 토요일 길을 지나가는데 초등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지르는 함성에 깜짝 놀랬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아이들이 큰소리로 전하는 메세지를 들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높임말을 사용해 주세요"

"높임말을 사용하는 어린이들에게 칭찬해 주세요"

"여러분 가족과 이웃들에게 높임말을 사용해 주세요"

길거리 여기 저기에서 높임말 캠페인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나누어 주는 전단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 우리 신당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말씨 사용과 바른 인성을 지닌 예절바른 어린이로 육성하기 위해 높임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높임말을 사용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6학년 어린이들이 1학년 동생들에게도 높임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교육만으로는 높임말 사용의 효과가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을것입니다.

가정과 지역사회 모두가 높임말을 사용하게 되면 높임말 사용이 정착되어 우리 신당어린이들이 고운 말씨를 사용하여 바른인성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친구 사이에 높임말...어색하지 않을까요?
서로 위해주니 더 친해졌어요!
서울 신당초는 지난 3월부터 높임말 사용후 다툼이 사라지고 글쓰기도 잘한답니다.


“안서희 님, 지우개 빌려주세요.”
“예, 김주희 님. 여기 있어요!”
“지나가려고 하니 의자 좀 빼 주시겠어요? 박성우 님!”
“죄송합니다. 어서 지나가세요.”


 오후 5교시 후 쉬는 시간, 서울 신당초등 5학년 3반 교실.

어린이들 사이에 오간 대화입니다.

친구들 사이에 웬 존댓말?

그러나 이 학교 전교생 476명에겐 보통의 일이랍니다.

지난 3월 개교한 신당초등은 개교 첫날부터 ‘높임말 쓰기’를 강조하셨답니다. 선생님은 물론, 친구와 후배에게도 높임말을 쓴다네요.

 진태성 교장 선생님은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랍니다.

5학년 김소룡 양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한 달쯤 뒤부터는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노력들이 있었겠지요.

 전교생에게 배포된 높임말 사용 학습장은 ‘밥→진지’ ‘말→말씀’ ‘먹다→드시다’ 등 예사말과 높임말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어린이들은 저마다 ‘높임말 사전’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답니다.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다툼 없는 학교가 됐답니다.

어린이들은 남을 높이면 자신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어린이들은 조리 있게 말하는 힘도 커졌다고 합니다.

친구에게 “뭐 해?”할 것을 “아무개 님,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하는 식으로 제대로 격식을 차려 말하니 문장을 만드는 힘이 쑥쑥 커갔다네요.

높임말 때문에 혹시 친구들 사이에 친근감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어린이들은 한 목소리로  “서로를 위해주고 높여줘서 더 친해졌어요!”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변형되어 가는 우리말..

제대로 쓰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엄마들도 "높임말 쓰기" 캠페인이 동참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