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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웃 도우려다 음주운전에 걸린 봉사원 "면죄부는 없을까요"

오후에 다른동네로 이사 간 봉사원으로 부터 상의할 것이 있다고 해서 나가 봤더니..
며칠전 태안 기름제거봉사 끝내고 돌아와서 봉사원들과 늦은 저녁먹고 몸이 불편한 봉사원 모셔드리다가 음주운전에 걸렸다며, 10년간 배달해주던 결손가정에게 밑반찬배달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을 하더군요.
평상시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봉사원이라 "음주운전"이라는 말에 깜짝 놀랬습니다.

"평소에 술 마시는 것 못 봤는데, 음주운전에 걸리다니 말도 안 돼"
"글쎄말입니다. 귀신에게 홀렸나 봐요."
"어떻게 된거야. 이00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태안 기름띠제거 봉사 끝내고 서울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더라구요. 모두들 저녁 전이라 동네 식당으로 가서 요기라도 하고 헤어질려고 차는 집앞에 세워두었겠다.. 봉사원들이 주는 술잔을 몇잔 마셨지요.. 기분좋게 인사를 끝내고 돌아 서는데.. ."
"누가를 저를 부르시더군요.. 뒤 돌아보니 그 날 봉사에 참여분들 중 연세(65세)가 많으신 분이 계셨어요. 태안에서 발목을 삐었는데 태안에서는 너무 추워서 아픈줄 몰랐는데 식당방이 따뜻하고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 날려고 하니 발목이 아파 한 발자욱도 뗄 수가 없다잖아요. 그래서 집까지 모셔다 드릴려고 집까지 가서 오토바이 가지고 왔는데... 할머니를 태우고 50m쯤 가다가 음주단속반에 걸렸어요."
"맙소사!! 택시를 태워 보내잖고."
"같은 동네에 사시는 분이고 할머니댁은 택시탈 거리도 안니였어요. 할머니 댁은 대로에서 골목길을 100m정도 들어 한다길래 오토바이로 모셔 드릴려고 했는데.."
하면서, 챙피하다는 듯이 말을 흐리더군요.
"30년간 무사고이고 음주운전은 걸린적이 없으니, 설마한거죠. 음주운전에 걸린 것도 챙피한 일이지만, 나 보고 돈 얼마받고 태안봉사 다녔느냐고 묻는 사람이 더 얄밉더라구요.."
"태안봉사하면 누가 일당준대요. 나는 처음 듣는 소리인데.."
"음주운전 걸리기 전에는 열심히 봉사한다고 찬사를 하더니, 막상 음주운전 단속에 거렸다고 했더니 봉사원들 모아서 태안가면 돈 얼마 받았느냐.. 운전하면 일당은 받았느냐..는 둥 물어보더군요"

15년 전 봉사회를 만들면서 다섯분의 남자분이 계셨는데, 우리하고는 코드가 맞지 않아서 떠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서 떠났는데 지금까지 함께 한결같이 봉사를 해 온 유일한 남자봉사원입니다.
동네에서 만물상회 겸 철물점을 하는데, 생계 바쁜일정이지만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늦은 밤이라도 찾아가서 자기의 특기를 살려 전기수리, 수도동파수리, 보일러수리등 여자들이 할수없는 일을 척척 알아서 하는 그야 말로 만능재주꾼이셨습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난 후 일주일에 세차례는 동네분들을 모시고 꼭 다녀 오시는 분이셨는데..
편찮으신 분이 계시는 것에 자신이 술을 마셨다는 자체를 잊어버리고 편안히 모셔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음주운전을 하다니..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지만, 나 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달려가는 사람입니다.
집사람도 저와 친하게 지내는데..
"봉사할 일이 있는데"하면서 전화를 하면 늘 친절하게 남편의 일정을 알려주면서 "일 끝나면 도와주라고 얼려 드릴께요"하면서 짜증내는 경우를 본적이 없는 부부입니다.

20년이 넘게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달려가는 천사아저씨였는데, 평소에는 "좋은 일 많이 하는 분이라며 칭찬을 아까지 않던 이웃이, 남을 돕자는 마음에서 음주운전하다가 단속에 걸려 운전면허취소까지 당하게 되었는데 거기다가 흉을 보다니..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으면..
"여태까지 탄 봉사상에 누를 끼칠까 미안해서 봉사상을 반납하고 싶다고까지 하더군요."
세상 참으로 야속하네요.

어떠한 이유라도 음주운전은 잘못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써는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봉사를 하면서, 선행이 알려져 각종 봉사상을 많이도 탔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사면이라는 제도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