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곳에 가고 싶다

가을을 느끼기에 청계천으로도 충분하다.

서울 도심을 가로 지르는 청계천도 어느 덧 가을이다.
청계천이 흐르는 냇가쪽에는 잡초가 욱어져 도심에서 거칠게 늘어선 야생 잡초를 만나는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시내가 흐르는 곳에는 어른 키보다 더 커버린 온갖 야생초가 숲을 이루고 오른쪽에는 강아지풀이 일렬로 늘어서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목을 잡는다.


먼저 보행로 가장자리에 길게 늘어선 강아지풀이 하늘하늘 흑자색 털을 나부끼며 시민들을 유혹한다.

보행로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강아지풀보다 키가 크고, 줄기와 잎이 억센 억새도 청계천 수변에 당당하게 자리잡고있다.

이렇게 천천히 수변가에서 만난 강아지풀의 무리..
냇가에 무리진 강아지풀의 무리들.
가을을 맞이하러 멀리 떠나지 않아도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억새가 유명하다는 명산인들 이보다 더 아름답겠는가..


갯버들 사이사이 좀작살나무 열매들이 보랏빛으로 물들여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어른키보다 더 커버린 잡풀사이로 나즈막히 자리잡은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가 하나둘 순백의 꽃망울을 터트리며 도심에도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

무리진 강아지 풀사이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솜털같은 야생화.
내가 너의 이름을 알지 못해 미안하다..
그러나, 참 앙증맞구나..


청계천을 거닐며 온갖 야생화에 빠져 걷다보니 가을이 내 마음까지 자리잡은 것 같다..
일상이 바빠서 가을 느끼러 나들이 못 가셨다면 지금 청계천으로 나 오세요.
지금 청계천은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