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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집나간 아들 기다느라 "8년간 대문잠구고 편히 잠들지 못하는 할머니"

어제 대학로에서 연극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지하철에서 내려 동네로 들어오는 집입로에서 할머니 한분을 만났는데 보조기구에 몸을 싣고 겨우 한발자욱씩 띄시며 반갑게 맞이하시더군요.

"할머니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몸이 왜 이렇게 됐어요."
"다리가 아파서 수술했는데, 몇달간 꼼짝 못했어, 이제는 보조기구에 몸 지탱해가면서 걷고있다네."
"어머나!! 그랬구나.. 손주는 많이 컸지요."
"그럼, 큰놈은 중학교 다니고 작은 놈도 올해 중학교 가."
"손주 키우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그런데 몸이 아파서 어쩐데요."
"글쎄말이야, 집안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는데 몸은 아프고... 서글퍼서 눈물만 나오네."
"왜요.. 아직 아드님 소식 없으세요."
"그까짓 것 돈이 뭔지..
손주 맡기고 소식 끊은지 8년이 되었어.
집은 낡아서 비만 오면 안방 구석구석 양동이 받쳐야하고...
그나마 찬바람은 피하고 살았는데 집주인이 낡은집 헐고 신축한다고 집 비워 달래..
월세도 제대로 못냈으니 할말도 없고.."하시며 울먹이시더군요.

"할머니 추워요. 집까지 모셔드릴께요."
"아니야.. 답답해서 동네 한바퀴 도는 중이야."
"참, 설날인데 할머니께 신년인사도 못 드렸어요. 올해는 건강하시고 집나간 아들소식 제발 있어으면 합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고마워..그런데, 그런데.."하시며 말씀을 못하시는 겁니다.
"왜요, 저에게 할말이라도 있으세요."
"아니야.. 염치가 있어야제.. 혹시, 적십자에서 구호 나오는 것 있으면 나 좀 줄수있어."
"동사무에서 도와주는 것 없으세요."
"애들 앞으로 학비보조는 해주는데, 작은 놈도 형편이 좋지 않는지 요즘은 잡비 보내주지 않네. 두놈이 얼마나 잘 먹는지 감당도 못하겠네."
"그렇구나.. 제가 알아볼께요."
"내가 죽어야하는데, 손주놈 두고 죽을 수도 없고.."
할머니와 이런 저런이야기 나누면서 200M거리를 걸어 오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더군요.

할머니를 처음 만났을때가 2000년 초인가 봅니다.
동네에서 작은나마 자기집있고, 아들 둘 딸하나를 둔 행복한 할머니셨는데 큰아들이 직장에서 명퇴 당하고 작은사업을 시작했는데 결국은 어머니가 사시는 집마저 은행에 근저당하여 잘살겠다고 시작은 사업은..
결국은 파산을하고 어머니앞으로 빛만 잔뜩 남겨두고, 결국은 자식마저 맡기고 소식이 끊어진지가 8년이 되어갑니다.

아들이 파산하기전까지는 부잣집 할머니들과 마찬가지로 곱게 차리시고 나들이도 잘 다니시던 분이셨고, 인심도 후하셔서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베풀고 사신 분이셨는데..
믿고 의지했던 큰아들이 경제공황으로 파산하자, 할머니께서는 사시던 집까지 은행빚으로 넘어가고 맡겨진 손주데리고 사시느라 자존심까지 굽히며 사셨는데..
아들은 8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고...

"평생 살면서 죄지은 일 없는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지 몰라.
손주놈은 어리고 몸은 아프고 죽을래도 손주놈 걱정때문에 죽지도 못해..
오늘이라도 집나간 아들이 돌아 올것만 같아 대문한번 잠구고 잔적이 없어..
이 집도 헐린다는데.. 우리아들이 찾아오면 어쩌지.."하시며 울먹이는 할머니와 헤어졌는데..

큰아들이 핏덩이 손주 맡기고 집 나간후 몇년간은 아들 찾는다고 서울역을 이잡 듯이 찾아 다니시더니 이젠 체념하신줄 알았는데..
꿈속에라도 아들이 올것만 같아 아들이 가출한 뒤부터 대문 잠구고 잠 한번 잔적이 없으시다는 할머니..

신년초부터 물가는 오르고, 공과금마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서민들의 경제는 언제 좋아질려는지..
서울역 지하철에는 노숙자의 숫자는 줄지않고..
집나간 자식 기다리다 지쳐 할머니처럼 병들고 늙어가는 노인네가 한 둘이겠습니까..

자기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 가출한 자식들..
당신의 어머니께서는 오늘도 집나간 자식 기다린다고 대문 한번 잠구고 편히 잠들지 못하십니다.
가족이 뭡니까.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같이 지내면서 사는게 가족 아닌가요.

무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경제때문에 가족이 헤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