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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봉사

소비자 가격 천원이상인 무우, 산지 가격은 이백원이라니..


오늘은 저의 봉사회와 결연을 맺은 농촌에 일손돕기를 하고 왔습니다.
우리가 도우러 가는 곳은 평창군 진부면 상월 오개리..
바쁜 농촌 일손을 조금으라도 더 돕기위해 새벽에 서울을 출발했습니다.
새벽 6시, 서울 출발하기전 가을 소낙비가 쏟아져 걱정했는데..
서울을 떠나 평창군 집부면에 도착을 하니 가랑비가 내리더군요.
비가 내려 농촌 일손 도우는 일이 망설여졌지만 먼길을 왔으니 조금이라도 돕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현지인과 도울 일을 상의하는데..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오전 10시경  멈추더군요.
우리 봉사원은 5조로 나누어 농손 일손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손을 도와 주러가기 위해 트럭을 타고 산길을 따라 간 곳은 산 중턱이였습니다.

산 중턱에 도착하니 드넓은 밭은 잡풀만 무성하더군요.
현장에 도착하여 우리가 도울 일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무우밭에 있는 비닐을 걷어내면 됩니다."라는 말에 밭을 쳐다보니 밭에는 농산물이 보이지 않고 잡풀만 무성합니다.
"아저씨, 이 밭에는 왜 아무것도 심지 않으셨어요."
"지난 여름 무우를 심었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왜 잡풀만 무성한가요. 가을배추라도 심으셔야죠."
"농사를 지으면 뭘하나요.. 기껏 농사지어 봤자 인건비는 물론, 원가도 나오지 않는데요."
"농사를 지었는데 원가가 나오지 않다니요."
"지난 여름 무우를 심었어요. 열심히 가꾸었는데, 출하기가 되어 팔려고 하니 무우값이 너무 떨어져 수확에 들어갈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갈아 엎었습니다."
"녜!! 서울은 무우값이 비쌌는데요. 우리는 무우 한개 1,500원에서 2,000원에 사 먹었어요."
"무우한개 2,000원에 사 드셨다구요. 여기에서는 무우 한개 200원정도 가격에 출하가 되었는데.."라고 말하더군요.
농촌에서는 농사를 지은 무우를 출하할때
밭떼기로 출하를 하는데, 무우밭은 평당 2,000원정도..
한평에 무우는 10개정도를 수확한다고 합니다.

아저씨 말대로 비닐사이에는 수확하다 만 무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일부는 뽑힌채로 밭고랑속에 묻혀 부패해 가고 있고 일부는 밭에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더군요.

우리는 무우밭에 있는 비닐을 겉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버려진 무우밭에는 잡풀만 무성하여 비닐 걷어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더군요.
정신없이 비닐을 걷어내는 우리 일행을 보고 아저씨는..
"비닐 걷어내는 작업 힘들지요.. 진즉에 비닐 걷어내고 김장무우와 배추를 심었서야 했는데..농사 힘들게 지어봤자 원가도 나오지 않는데, 기분이 나야 농사짓고 싶으 마음이라도 생길텐데.."라며 우리들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조금이라도 아저씨를 돕고 싶어 우리 일행은 서툴지만 열심히 비닐을 걷어내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비닐속에는 이렇게 싱싱한 무우가 제때 수확도 못한채 뿌리를 내린 채 땅 속에 묻어있더군요..
제때 수확을 하지 않아 무우는 제 멋대로 뿌리를 내려 사람 발가락 닯은 무우가 꽤 많더군요.
우리는 서울에서 이런무우 사 먹을려면 1,000원 이상을 줘야하는데..
비닐정리를 하다가 무우를 뽑아보니 싱싱하여 깍뚜기 담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수확도 하지 않고 버려둔 무우밭 주인 아저씨는 농사에 대한 애착마저 사라졌는지..
"지난 여름 무우농사 지어서 출하를 해야하는데 인건비도 나오지 않게 되자 실망이 커 무우밭이 보기 싫어 몇달동안 이 밭에는 올라 오지도 않았어요. 그랬더니 잡풀만 무성하네요. 비닐 걷기가 힘들어서 미안해요."
"그러셨군요."
"부모님부터 이 곳에서 살았는데 부모님께서는 열심히 농사지어 알뜰히 모은 재산을 물러 주셨는데, 저는 부모님만큼 농사를 잘 짓지 못했는지 빛만 늘어가니 농사에 대한 애착이 점점 사라지네요."
아저씨는 허낙이 말씀이 없으셔서 상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두시간정도 쉬지않고 계속 비닐 걷어내는 일을 해 보니 허리 아프고, 팔, 다리까지 아프더군요.

농사짓는 일이 얼마나 힘든데..
기껏 지어놓은 농산물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 먹어야한다는 현실..
그렇다면 5배가 넘는 중간 마진은 누구의 몴일까요..
어쨌던, 쓸쓸한 농촌의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