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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여고동창생, 한집 며느리가 되면.

나는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 아침이라서 아침뉴스가 끝나면 아침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이다.
그 중에서 SBS드라마 '며느리와 며느님'을 보다가 고등학교 동창 중 한집안으로 시집간 동창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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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며느리로 나오는 이순정(문정희)은 일찍 친정엄마는 돌아가시고 홀아버지와 사는데 집안 형편상 대학도 못가고 직장생활하다가 홀로 사시는 친정아버지 모시고 살겠다는 남편 말에 감동하여 25살에 결혼한 여자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보니 고시공부하느라 장가 못간 시아주버니와 철없는 시어머님,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번질나게 들락거리는 시누이와 넉넉치 않는 시집살이.
부모님 말이면 끔찍하게 여기는 신랑, 연애할때 약속했던 "홀로 사시는 친정아버지 모시고 산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둘째 며느리는 요리솜씨가 좋아 주위 결혼식때 이바지 음식 만들어 주기, 김치 담아주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고달픈 시집살이를 인내와 특유의 지혜로 잘 견뎌 나가는 며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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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장가못간 판사로 근무하는 아주버니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소식에 마냥 즐거웠다.
시아주버니가 결혼하면 친정아버지 모시고 살 수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럴 수가..
시아주버니와 결혼할 여자가 바로 여고동창생이라는 사실에 기절초풍한다.
손윗동서가 될 여자는 여고동창도 동창이지만 예전 친정아버지가 근무하던 운전기사의 딸로 고등학교시절 사장집에 더부살이 하면서 공주처럼 받들었던 사장딸.
자기가 좋아했던 첫사랑까지 빼았아 갔던 앙숙이 손윗동서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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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며느님'은 이제 초반이지만 앙숙이였던 여고동창생이 한 집안 며느리가 되면서 벌어질 일은 뻔하다.
"오 마이 갓!!"
여고시절 지워버리고 싶었던 앙숙이였던 여고동창생은 맏동서가 되었다.
자랄때 환경이 확연히 다른 여고동창생이...

드라마는 실제 생활과 차이는 있지만 내가 학교 다닐때 여고동창생도 한집안 며느리가 되었다.
여고시절에는 몰랐는데 한 친구는 가정형편이 넉넉치않아 예물도 기본만하고 결혼해서 그럭 저럭 잘살고 있는데 둘째며느리가 들어오면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둘째며느리는 비교적 형편이 넉넉하여 우리시절 대학까지 나온 며느리로 결혼할때 예물도 격식을 갖추어 결혼한 커플이였다.

동창모임에는 자연히 한집 며느리가 된 여고동창이 화제가 되었다.
맏며느리는 실반지를 끼고 나오는데, 둘째며느리는 다이야반지를 끼고 나오는 것부터 화제가 되었고  결국은 두 며느리가 시집으로부터 받은 예물전체가 화제가 되더니 시집살이에 대한 비교가 동창사이에 큰 가십거리로 등장했다.

시어머님도 사돈댁에서 명절때마다 선물공세하는 작은 며느리는 며느님이 되었고, 형편이 좋지않아 친정에서 보내는 선물도 없는 며느리는 자연 무수리며느리가 될 수밖에 없었겠지.
집안에서 무시당하고 동창들사이에서 비교의 대상이 되었으니 무수리며느리는 얼마나 속 상했을꼬.
동창들 사이에서 비교의 대상이 되다보니 결국은 상처를 받은 큰며느리는 동창과 거리가 멀어지고 친하게 지내던 며느리는 앙숙이 되고 말았다.

여고동창생이 한집안으로 시집을 간다.
그것도 며느리와 며느님도 두 며느리의 친정형편은 확연하게 다르다면...
한 며느리는 싫던 좋건 무수리며느리가 되었고, 한 며느님은 친정부모 잘 만나 왕비며느리가 되었다.
누구나 결혼하면 왕비가 되고싶지만 현실도 어쩔수가 없다.

SBS '며느리와 며느님"드라마를 보면서 철없던 시절 여고동창생이 생각났다.
한집안으로 시집 간 여고동창생.
친정형편으로 한친구는 무수리며느리로, 한며느리는 왕비며느리가 되어야만 했던 여고동창생..
무수리며느리가 된 여고동창생, 얼마나 마음 상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제 초반이라 두며느리의 시집살이가 기대된다.
허지만, 드라마는 작은며느리인 며느리가 마음 상하는 일이 작았으면 하고, 언젠가는 며느님으로 당당히 대접받는 일이 많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