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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지공예가 빚어낸 우화로 보는 십이지상.

다사다난했던 2008년을 뒤로하고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평소에는 잊고 있다가 신년만 되면 12두지 동물을 부여하여 한해의 운을 점쳐왔습니다.
작년은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라하여 많은 기대를 했지만 경제, 정치등 모든면에서 어려운 한해였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각기 자기만의 띠를 지닌다 연초가 되면 누구나 그 해의 수호동물이라 할 수 있는 십이지의 상징적 의미를 찾아 새해의 운수를 점치려 합니다.

또한 그 해에 태어난 아이의 운명과 성격을 띠동물과 묶어 해석하려는 풍속도 있고 새로운 띠동물을 대하면서 그 짐승의 외형, 성격, 습성 등에 나타난 상징적 의미를 통해 새해를 설계하고 나름대로 희망에 찬 꿈과 이상을 그립니다.

이러한 것으로 운명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근거없는 일이지만 다만 세상이 시끄럽고 개인의 미래 생활이 불안하여 해가 바뀔 때 마다 어떤 새로운 기대를 걸어 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래 사진은 지난번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한지로 만든 십이지상을 담았습니다.
사진과 함께 십이지상에 대하여 공부도 할 겸 정리해 봤습니다.


십이지수(十二支獸)중에서 소띠는 번영을 상징이며, 농경사회에서 소는 부를 상징하였으며, 근면하며 끈기가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는 좀처럼 성을 내지 않으며 자립적이기때문에 소띠는 가정의 안정을 뜻하는 십이지신중 하나이며 
성격이 고지식함과 권위적인 측면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답니다.
 
고정된 질서에 순응을 잘하는 소띠에게 필요한것은 이상적인 사고이며, 소띠가 무한한 상상에 뜻을 품고 도전한다면, 절대 이루지 못할것이 없답니다.

범띠는 대체로 일찍 성숙하여 만인을 통솔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다.
출세도 빠르고 위엄도 있다.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책임감이 많다.
범띠생은 충동성과 원기왕성함을 갖고 있다.
쉴새없이 마구 설쳐대기를 좋아하는 범띠생은 보통 참을성 없이 행동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성격 때문에 그는 머뭇거리거나 조급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그는 남을 믿거나 자기 감정을 가라앉히는 일을 어렵다고 생각한다.
매사 서두는 경향이 있어 속전속결하다 보니 사업에 실패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성미가 급한 만큼 진지하고 다정다감하고 관대하기도 하다.
의협심이 많아서 자신은 돌보지 않아도 남의 일은 도와주고자 하며 그 어떠한 어려움이 따라도 끝까지 보살펴 주는 것을 좋아한다.
기가 꺾인 범띠생에는 말만이 아닌 진정한 동정이 필요하다.
그를 위로하는 데 인색하게 굴지 마라. 상황이 뒤바뀐다면 그는 당신에게 두 배로 보답할 것이다.

토끼가 들어있는 사람은 타인에게 뚜렷한 이론을 펼치나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를 쉽게 현실과 결속시키려는 무모함을 저지르기도 한다.
영리하면서도 깜짝깜짝 잘 놀래는 토끼는 여성의 마음을 상징하며, 또한 토끼는 음(陰)이니 음(陰)의 여신이다.
깊은 산 속이나 야산에서 야행을 즐기며 동이 트는 동쪽을 향해 뚫려 있는 범의 굴에서 겁도 없이 아침잠을
졸다가 범이 밖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자기의 굴로 돌아와서 동쪽에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잠을 청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토끼의 눈이 빨갛게 된 것이다.
여성을 대표하는 산신이자 산신을 보조하는 산신령을 뜻하기도 한다.

토끼는 원숭이의 궁둥이를 싫어한다. 자신의 눈 색깔과 같기 때문이다.
이것이 묘신원진(卯申怨嗔)이 된 이유이다.
자고로 세계 어느 곳을 가보아도 원숭이가 사는 곳에 토끼가 같이 사는 법이 없다고 한다참으로 자연의 이치가 묘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토끼는 돼지의 분비물 냄새와 힘을 부러워하고, 양의 초연한 청승스러움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여 해묘미삼합(亥卯未三合)이 되는 것이다. 돼지코와 양의 코를 반반씩 닮은 것이 토끼의 코이기도 하다. 성격면에서도 돼지의 우묵함과 양 뿔의 건방진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용은 상상의 동물로 각 시대와 사회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그 모습을 상상하고, 용이 발휘하는 조화능력을 신앙해 왔다.
따라서 시대와 사회환경에 따라 용의 모습이나 조화능력은 조금씩 달리 묘사되고 인식되어 왔다.
여러 동물의 특징적인 무기와 기능을 골고루 갖춘 것으로 믿어온 우리 문화에서 용은 웅비와 비상, 그리고 희망의 상징 동물인 동시에 지상 최대의 권위를 상징하는 동물로 숭배되어 왔다.
운행운우를 자유롭게 하는 물의 신으로서 불교의 호교자로서, 그리고 왕권을 수화는 호국용으로서 기능을 발휘하면서 갖가지 용신 신앙을 발생시켰고, 많은 설화의 중요한 화소(話素)가 되었다.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 민족이 상상해 온 용의 승천은 곧 민족의 포부요 희망으로 표상되고 있다.

뱀은 치료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이다.
이 의술신의 딸이 들고 다니는 단장에는 언제나 한 마리의 뱀이 둘둘 말려 있었다. 이 뱀은 의신의 신성한 하인이었고, 해마다 다시 소생하여 탈피함으로서 새로운 정력을 소생시킨다는 스태미너의 심벌로 간주돼왔다.
지금도 군의관의 뺏지는 십자가 나무에 뱀 두 마리가 감긴 도안이고, 유럽의 병원과 약국의 문장은 치료의 신, 의술의 신을 상징하는 뱀이다. 한편 뱀은 민간의료의 약용으로도 쓰인다.
약용으로 쓰는 뱀은 주로 살모사, 구렁이, 칠점사, 독사, 독뱀 등이다. 뱀은 정력강장 작용을 하고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하강작용을 하며, 일체의 허약성으로 오는 질환에 사용된다고 알려졌다. 뱀허물도 중요한 약재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산림경제등에서도 뱀 허물이 약재로 쓰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서 뱀허물이 정창, 모든 상처에 파리와 구더기를 없애는데, 태(胞衣)가 나오지 않을 때, 경풍(驚風) 등이 쓰인다고 했다.



오늘날까지도 일부 지역의 동제당에 마상이나 마도가 모셔지고 있다.
동제 신당에 봉안된 말은 마을의 수호신인 동신의 신격이 타고 다니는 경우, 호환과 관련되어 호환을 퇴치하기 위해서 봉안된 경우, 솥공장이나 옹기공장이 잘 되도록 기원하기 위해 제물로 봉안되는 경우, 말에 대한 숭배관념에서 봉안되는 경우 등이 있다.
민속유희에서도 말이 등장하는데 격구, 마상제, 약마희가 대표적인 놀이이다.
일상생활에서 말의 이용은 단순히 실용 혹은 수렵 및 간단한 경제적 단계에서 정복과 지배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정치적, 군사적 이용단계로 발전하였다.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 조선시대에는 농경, 수공업의 원료 군마 교통, 통신의 역마 등으로 다양했다.
근자에는 제주도 일부와 민속촌 관광지와 경마장을 제외하고는 말을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말의 이미지를 투영한 기업이나 상품의 상징으로 오늘날까지도 말의 상징적 의미가 우리 일상생활 속에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표현하는 기법에서는 시대에 따라 달리했지만 말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까지 전해지고 있다.


양은 언제나 희생의 상징이다. 양의 가장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속죄양(贖罪羊)일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람을 징벌하는 신에 대한 희생물로 바쳐졌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제사용으로 쓰였다.

양은 또한 정직과 정의의 상징이다.
양은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정직성이 있다.
천성이 착한 탓에 해로움을 끼칠 줄도 모르면서 오직 희생돼야 하는 양들을 어떤 이는 우리 민족사에 비견하기도 한다.
구한말 지사(志士) 김종학 선생은 양의 슬픈 운명을 우리 민족사에 찾는 듯이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흰빛을 좋아하는 우리 선조들은 심약하기 이를데 없는 산양떼를 빼어 닮아 오직 인내와 순종으로 주어진 운명에 거역할 줄 모르고 남으로 남으로 강자에게 기여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밀려왔건만 동서의 강자들은 또다시 이빨을 가니 슬프다 양떼들이여!
또다시 얼마만한 곤욕을 치르러야하고 못참을 치욕을 사위어야한다는 말이냐!

뿔을 갈자. 그리고 행진을 멈추자 끝간 데까지 왔으니 예서 더 갈 곳도 없지 않는가. 군장(群長)만 따라 가며 허약한 뒤를 보일 것이 아니라 군장을 중심으로 좀더 둥글게 뭉쳐 날카로운 뿔로 울타리를 치자. 아무리 사나운 이리떼라도 어찌 감히 넘볼 수 있겠는가!“
물론 개화기 우리나라의 무력함과 열강국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통탄을 토로한 울분이었지만 양과 우리 민족사를 비유한 한 면을 살필 수 있다.
양(羊)은 글자형태로는 ‘상(祥)'과 음(音)으로는 ‘양(陽)'과 서로 통하여 길상의 의미로 일찍부터 한국 문화 속에서 등장한다.


원숭이를 재수없는 동물로 인식하여 잔나비로 대칭(代稱)하고, 아침에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렸다.
그러나 불교의 영향, 중국과 일본의 원숭이 풍속의 전래 등으로 다소 부정적인 관념이 희석되었다.
그리하여 민속에 나타나는 원숭이는 다소 부정적이나, 전통미술품에서는 중국의 영향으로 좋은 면이 부각되었다.
원숭이 이야기에서는 원숭이의 생김새나 흉내내기, 재주, 꾀 등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재주를 과신하거나 잔꾀를 경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탈판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사람의 흉내를 적나라하게 냄으로써 노장의 형식적인 도덕이나 신장수의 비행을 풍자와 해학으로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속신에서는 중국의 영향으로 잡귀잡신을 원숭이가 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믿어 큰 건물이나 사찰에 원숭이상을 새겨 세우는데, 일반적으로 비애, 불운, 슬픈 장난 등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토우 원숭이는 부적으로 휴대하거나 부장품 혹은 각종 용기의 장식으로 사용되었고, 십이지상의 원숭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방위신 또는 시간신으로 나타난다.
청자, 청화백자, 백자에서는 도장의 꼭지, 서체, 작은 항아리, 연적, 수적, 걸상 등에서는 자연에서의 원숭이의 모습과 모자 유대의 행태를 아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림 속에서 원숭이는 십장생과 함께 장수의 상징과 자손의 번창, 불교와 서유기의 내용에 따라 스님을 보조하는 역할, 자연생활 모습 등으로 묘사되고 있다.
 

무속신화나 건국신화에서 닭울음소리는 천지개벽이나 국부(國父)의 탄생을 알리는 태초의 소리였다. 제주도 무속신화 천지황 본풀이 서두에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갑을 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닭의 울음과 함께 천지개벽이 되었다는 것이다.
김알지 신화에서는 호공이 밤에 월성을 지나가다가 나무에 황금 궤가 걸려있고 그 밑에서 흰 닭이 울었는데, 그 황금 궤 안에서 동자가 나왔는데 금궤에서 나왔다고 성을 김씨라 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라를 통치할 인물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흰닭의 울음소리는 빛의 상징으로서, 자연상태의 사회에서 국가적 체계를 갖춘 단계를 예고하는 존재이다.
시계가 없던 시절의 밤이나 흐린 날에는 닭의 울음소리로 시각을 알았다.
특히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면, 닭의 울움소리를 기준으로 하여 뫼를 짓고 제사를 거행했다.
수탉은 정확한 시간에 울었으므로, 그 울음소리를 듣고 밤이 깊었는지 날이 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새벽을 알리는 시보로서 닭소리는 고전소설 심청전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 닭아, 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의지없는 우리 부친 어찌 잊고 가잔 말가 !”

심청이가 뱃사공에게 팔려가기로 약속한 날 새벽에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자탄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닭소리는 새벽, 즉 날의 밝음을 알리는 상징이다.
사람들은 주인에게 보은할 줄 알고 영리한 개를 사랑하고 즐겨 기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흔히 천한 것을 비유할 때 개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개는 아무리 영리해도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밖에서 자야 하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 사람보다는 낮고 천하게 대접받는다.
개에게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으니 의로운 동물이라는 칭찬과 천하다고 얕잡아 취급하는 양면이 있다.
즉, 개에 대한 민속 모형은 충복과 비천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쥐가 십이지의 첫자리가 된다. 그렇게 된 사연을 말해 주는 설화가 몇 가지 있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이에, 그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으로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각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그 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했는데, 각 동물들의 이런 행위를 지켜보던 쥐가 도저히 작고 미약한 자기로서는 먼저 도달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그 중 제일 열심인 소에게 붙어 있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다투어 달려왔는데,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소에게 붙어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분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쥐가 십이지의 첫머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미약한 힘을 일찍 파악하고, 약삭빠르게 꾀를 쓴 것이다.



돼지는 신에게 바치는 희생물인 동시에 신의 뜻을 전하는 사자(使者)의 모습의 신통력을 지닌다.
이러한 관념은 다시 돼지를 상서로운 길상의 동물로 표출한다. 우리의 고대 출토유물, 문헌이나 고전문학에서 돼지는 상서로운 징조로 많이 나타난다.
민속에서는 돼지는 재산이나 복의 근원이며, 집안의 수호신이라는 관념이 강화된다.
돼지꿈이 길몽으로 해석하고, 장사군들이 정월 상해일에 문을 열며, 돼지그림을 부적처럼 거는 풍속 등은 모두 이러한 관념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런 긍정적 이미지와는 달리 돼지는 탐욕스럽고, 더럽고, 게으르며, 우둔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설화에는 돼지가 탐욕스러운 지하국의 괴물로 등장한다.
속담에서는 돼지의 탐욕스러운 성정 즉, 욕심, 지저분함, 돼지의 목청, 어리석음, 게으른 성격을 비유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부정적 관념은 유대인과 이슬람교도, 성서에서는 종교적 금기, 악마의 의도와 유혹의 상징으로까지 진전된다.


십이지상의 역사

십이지상(十二支)에 대한 사상은 기록상으로 한족(漢族)에게서 발생하였음이 일반화된 견해다.
처음엔 십이지가 별의 모양을 모방하였고 또 시간적인 관념에 의하여 12개월의 부호로 쓰였으나, 그 후 방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면서 십이지를 지상의 방위에 배당했다. 십간과 십이지를 배합해
60갑자가 합성된 것은 연대가 상당히 지난 약 2천년 전 일이다.

십이지를 다시 자(子)를 쥐, 축(丑)을 소, 인(寅)을 호랑이 등 동물로 상징화시킨 것은
2세기경인 후한 왕충(王充)의 논형(論衡)에서 처음으로 비롯됐다. 그 후 오행가(五行家)들이

십간과 십이지에다 金, 木, 水, 火, 土의 오행을 붙이고, 상생상극의 방법 등을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배열하여 인생의 운명은 물론 세상의 안위까지 점치는 법을 만들어 냈다.

◆ 쥐가 십이간지의 첫 번째 동물인 이유는?

십이지의 열두 동물을 각 시간과 그 방위에 배열하게 된 관련 설화가 여럿 있는데, 동물의
발가락 수와 그때 그 시간에 활동하는 동물을 들어 표시했다는 것이 그 중 설득력이 있다.

십이지 동물 중 맨 처음에 오는 쥐는 앞 뒤 발가락 수가 다른데, 앞발은 홀수, 뒷발은
짝수로 특이하다 해서 맨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 뒤로 소(4), 호랑이(5), 토끼(4), 용(5), 뱀(0), 말(7), 양(4), 원숭이(5), 닭(4), 개(5),
돼지(4)의 순이다.

이 순서는 발가락의 숫자가 홀수와 짝수로 서로 교차하여 배열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대 중국인들은 그때 그때 활동하는 동물의 특성을 살펴 시간을 표시했다.

예를 들어 자시(23~01시)는 쥐가 제일 열심히 뛰어 다니는 때, 축시(01~03)는 밤새 풀을
먹은 소가 한창 반추를 하며 아침 밭갈이를 준비하는 때,
인시(03~05)는 하루 중 호랑이가 제일 흉악한 때, 진시(07~09)는 용들이 날면서 강우 준비를 하는 때,

사시(09~11)는 뱀이 자고 있어 사람을 해치는 일이 없는 때, 신시(15~17)는 원숭이가 울움소리를
제일 많이 내는 때, 유시(17~19)는 하루종일 모이를 쫓던 닭들이 둥지에 들어가는 때,
술시(19~21)는 날이 어두워져 개들이 집을 지키기 시작하는 때, 해시(21~23)는
돼지가 단잠을 자는 시간 등이다.

앞서 말했듯이 쥐가 십이지의 첫 자리를 차지하게 된 유래를 그 발가락 수에서 찾기도
하지만 그외에도 다음과 같은 재밌는 설화가 전한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이에, 그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각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그 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했는데,

각 동물들의 이런 행위를 지켜보던 쥐가 도저히 작고 미약한 자기로서는 먼저
도달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그 중 제일 열심인 소에게 붙어 있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다투어 달려왔는데,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했으나,
바로 그 순간에 소에게 붙어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분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쥐가 십이지의 첫머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미약한 힘을 일찍 파악하고, 약삭빠르게 꾀를 쓴 때문이라는 것이다.

◆ 띠동물에 얽힌 재미난 속설

띠동물에 대한 의미와 싱징도 세대를 거듭해 전승되어 오는 동안 우리 민족에게 어떤 특수한
의미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 띠동물을 통해서 한해의 운수, 아이들의 성격과 운명, 궁합을 통한 결혼생활을
예측하고자 했다. 예컨대, 양은 온화하고 순하여 그 해에는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을 받지
않는다거나, 잔나비띠는 원숭이처럼 재주가 많다느니 하는 식의 속설이 그것이다.

또한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으며, 닭해에 태어난 사람은 마치 닭이
무엇을 파헤쳐야 먹을 것이 나타나듯이 돈을 써야 돈을 번다든가, 소띠가 5, 6월 오전 중에
태어나면 평생 일복이 많고, 범띠 사내 아이가 동지섣달 밤에 태어나면
바람기가 심하다는 등의 얘기도 전한다.

궁합을 볼 때에도 신랑과 신부의 띠만 가지고 삼합(三合)이니, 원진(元嗔)이니를 가려 연분의
좋고 나쁨을 따진다.

또한 같은 동물 꿈이라도 꿈을 꾼 사람의 띠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해몽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돼지꿈[재물], 용꿈[태몽]은 길몽으로 알려져 있는데, 토끼와 양띠는 돼지와
삼합이기에 돼지꿈을 꾸면 좋고, 용띠인 사람이 돼지꿈을 꾸면 오히려 원진관계가 되어 좋지 않다.

용꿈은 태몽으로 최고의 꿈이다. 그러나 잔나비와 쥐띠가 용꿈을 꾸면 상서로운 일이 벌어져서
좋지만, 돼지띠의 산모가 용꿈을 꾸면 오리려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를 낳는다.


◆ 자연생태계에서 얻은 삶의 지혜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삼합이니 원진이니 하는 것이 사주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연
생태계에서도 그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궁합에서 잘 어울리고 잘 맞지 않는다는 사연은 그 띠동물의 행태를 그대로 인생사에 결합한 것이다.
호랑이는 닭우는 소리를 무척 싫어한다. 닭은 서방이고 서쪽은 흰색을 뜻하는데 호랑이는
흰색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야행성인 호랑이는 첫 새벽에 들려오는 닭울음 소리를 들으면 배고픔을 움켜쥐고 동굴로
들어가야 한다. 반면에 소는 닭울음 소리를 좋아하는데, 여물을 먹을 때 "꼬끼오"하는 그 소리에
맞춰 반추위 운동과 쉼을 하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소 여물통의 먹이를 소와 닭이 같이 먹고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민가에서는
닭 둥우리를 소 마굿간과 같이 한다.

같이 먹고, 같이 자는 아주 궁합이 잘 맞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연으로 닭띠는
범띠와 혼인을 하면 잘 되지 않고, 소띠와는 잘 맞는다고 본다.

이러한 이야기는 순전히 닭과 호랑이의 생태에 따라서 해석한 것이다.
물론 이들 12지의 띠동물이 우리 일상 생활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쳐 왔는지는 분명하게 제시할 수 없지만, 우리 조상들이 각각의 띠동물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나름대로 한 해의 운수를 예견하려 했고, 나아가서 생활 교훈과 행동 원리까지 얻었다는 사실은 여러 풍속과 문헌, 유물, 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