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은 우리딸 생일이였다.
그러고보니 5년만에 우리집에서 맞이하는 생일이다.
지방대학 다녀서 딸생일 못 챙겨줬고, 졸업과 동시에 영국 어학연수 가느라 못 챙겨줬다.
오랜만에 챙기는 딸생일 상이지만 추석명절 지난지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조기랑 나물이 있어서 미역국만 끓어서 오랜만에 식탁앞에 마주 앉았다.
그런데, 식탁앞에서 딸이 봉투를 불쑥 내민다.
"이게 뭔데"
"엄마 미안해 봉투가 너무 얇아서 ..."
"갑짜기 웬 돈을?"
딸이 내민 봉투속에는 10만원권 수표가 몇장 들어있었다.
"어제 월급탔는데, 영국어학연수 갈때 엄마가 걱정 할까 봐 말하지 않았는데 그때 융자를 받았거든..융자 받은 돈 갚아 나가야 하고, 조그마한 적금 들고 나니 얼마 남지 않아서... 많이 못 드려서 미안해..예전에는 쇼핑도 잘 다녔는데 오빠랑 나랑 대학 보내면서 엄마 쇼핑도 잘 다니지 않더라. 이제부터 엄마가 좋아하는 핸드백이랑 구두 살돈은 내가 줄께, 작은 돈이자만 한가지씩은 살수 있을꺼야"
갑짜기 딸이 내민 봉투를 드는 순간 눈물이 핑 돈다.
딸이 건네는 말중에 영국어학연수 갈때 융자받은 빚 갚는 말에 너무 미안해서 할말을 잊었다.
사실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어학연수 갈때 내가 보태주지 못했다.
대학 2학년때부터 어학연수 가고 싶다는 딸의 말을 계속 무시한 이유가 있었다.
도심개발로 집일부를 도로 확장하는데 내어주고 남은 땅에 새로 집을 지으면서 욕심을 내느라 딸이 그렇게 원하던 유학을 계속 미루었다.
집 뒷편이 대로가 생기길래 노후를 위해서 상가를 지어서 세 놓을 생각으로 신축을 시작했는데, 도로정리가 늑장을 부리는 동안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 부도로 사장이 도망가서 끝내는 대학 졸업할때까지 유학 보낼 경비 마련을 못한 엄마의 형편을 알고는 딸은 대학졸업을 앞두고 과외와 밤에는 레스토랑서빙등 해서 학교를 졸업하고 5개월만에 어학연수를 떠나고 말았다.
어차피 떠날려면 고모가 사는 호주로 가길 원했으나, 친척집에 가면 엄마는 평생을 미안해야 한다며 결국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영국으로 떠나는 날까지 다투었다.
엄마 도움없이 자력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던날 한편으론 얄밉고, 한편으로는 대견했지만 해주지 못하는 내가 너무 미워서 영국으로 떠나는 딸을 그저 보낼수 밖에 없었다..
엄마의 도움없이 그렇게 떠난 딸은 전화요금 아낀다고 매일마다 밤이면 하루의 일과를 메일로 보내왔다.
이따금 보내주는 사진을 보면, 서울에서 가져간 옷만 입고 찍은 사진을 보고 "옷 사입을 돈 보내주랴"하고 물으면 "내가 멋부리로 영국 왔는 줄 아나봐"
"런던은 물가도 비싸지만, 어렵게 온 유럽인데 옷 사입을 돈 있으면 유럽여행 한나라라도 더 다녀야지"하며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던 딸이였다.
지난 달 대학로 피자집에서 딸이랑..
"너 생일 한번 차려주질 못해 늘, 미안했는데 우리딸 생일선물도 준비 못했는데"
"엄마는? 오빠랑 나랑 대학 보내면서부터 엄마가 좋아하는 구두랑 핸드백도 못 샀지. 내가 알지...이제부터 사고 싶어도 참았던 구두와 핸드백 살돈은 내가 줄께.."
나는 옷 욕심은 별로인데 구두랑 핸드백욕심은 유난히 많다.
백화점 쇼핑가면 옷가게는 지나쳐도 핸드백과 구두 파는코너에 맘에 드는것이 있으면 몇일을 고민하다 끝내는 사는 철없는 엄마였다.
늘, 곁에 있어 남의 딸 나이 먹는 것은 보여도 내딸 나이 먹는것은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는데 어느새 엄마 키만큼 커버린 딸이 엄마마음까지 챙기다니..
오늘도 학원수업 끝내고 늦게 귀가한 딸이 현관문을 열자 말자 대뜸하는 말이
"엄마 쇼핑 다녀왔어"
"오늘은 못 갔어. 아침부터 봉사회모임이 있었는데 10월에는 행사가 많아서 이것 저것 의논하다 늦어서 못 갔는데"
"엄마 이번에 내가 준돈 절대로 다른데 쓰면 안돼. 꼭 엄마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가을구두 사야 돼"
"알았어. 그런데 오늘 봉사회 회의에서 제주도 수재민성금 모으는데 우리딸이 준 돈이라고 자랑하면서 기분좋게 5만원 내고 왔다.. 오늘 기분 나이스다"
라고 말 했더니 "역시 우리엄마는 멋쟁이!!!"
"백화점 가을구두 30만원은 줘야 되던데.. 내가 쓸돈 5만원 보태줄께"
하는 것이였다.
'아니야. 세일매장이나 아울렛 가서 이월상품 사면 되는데"
"이러다가 엄마 구두도 못사고 다른데 돈 다 쓰겠다. 딸의 성의를 무시하다니..
이번 일요일 백화점 나랑가자"
사실, 딸이 준 돈이 너무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봉투째 가방속에 있다.
"내 딸이 준돈 많아"
꺼내보고 또 봐도 신기하다..
내 딸이 어느새 커서 엄마의 마음을 쪽집개처럼 헤아리다니..
"세상 사람들이여.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소" 라고 온 세상에 큰소리 치고 싶어진다.
딸없는 사람은 무슨 재미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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