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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엄마는 파출부, 딸은 된장녀?

오늘 다른봉사회에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다녀오는 길에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분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남이라 인사차 집안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짜기 제 딸은 시집 갈 나이가 되었느냐고 묻더군요.
"댁의 따님도 결혼 할 나이가 되었지요."
"녜, 시집 갈 나이가 되었지요."
서로 시집 갈 나이가 된 딸을 둔 탓에 화제는 혼사이야기였습니다.
그집 딸은 제 기억에 우리딸보다 몇살이 더 많았던 걸로 기억이 나는지라..
"따님은 시집 보냈나요."라고 물었더니..
긴 한숨을 쉬면서 한동안 말을 하지 않으시더니..
"말도 마세요. 딸 혼사때문에 속상해 죽겠어요."
"아니 왜요..오랜만에 만났는데 저의 집에가서 차한잔 하고 가실래요."
"그래도 되냐요.."
"그럼요.."

우리집에 와서 차한잔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얼마전 몇년간 사귀던 남자가 있었는데 혼수문제로 혼사가 깨졌다며 속상해 죽겠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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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은 이렇습니다.
남자쪽 집에서 무리한 혼수때문에 혼사가 깨졌다고..
몇년간 사귈때는 신랑측 엄마는 똑똑한 신부감 맞이한다고 좋아라 했었는데, 부모 상견례 자리에서 남자측 엄마가 점잖게 혼수에 대하여 말을 하더군요.
"딸유학까지 시켰으면 집안도 왠만하시겠지요. 저희집은 무리한 혼수는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남들이 하는 만큼은 해서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저도 아이들 아빠 일찍 돌아가시고 딸들이 공부시키느라 모아놓은 돈은 없습니다만, 최대한으로 노력해 보겠습니다"하고 기분좋게 헤여졌는데.
딸에게 혼수품목을 적어 보냈는 것을보니 1억은 족히 되더라고 하더군요.
엄마로써 기분은 상했지만 혼수품목 몇가지는 빼지고 했더니..
일방적으로 혼사를 깨자고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그후에도 몇군데 선을 봤는데, 혼수문제만 나오면 왠지 겁이 나서 적당히 거절부터 한답니다.
물론, 엄마의 마음이야 딸이 번듯한 신랑 만나서 잘 사는 게 꿈이였는데 막상 혼사가 진행되면 집안형편 따지는데 속 상해 죽겠다구요.

그 분은 40대초반에 남편은 간암 말기로 오랫동안 병환에 계시다가 끝내는 돌아가시고 여자 혼자서 혼자서 파출부, 작은 분식점운영등으로 자녀들 교육 뒷바라지 하느라 나이 50중반이 되어도 나들이 한번 못하고 살아왔지만 딸들이 공부를 열심히하는 것이 유일한 낙으로 사셨답니다.

그 분은 딸 둘이 있는데, 큰딸은 학교 다닐때 공부를 잘하여 대학 졸업후 외국유학까지 마치고 현재는 지방대학 시간강사를 다니는데 나이가 서른이고 작은 딸도 미국연수까지 다녀와서 이제 막 직장을 다니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딸들도 아르바이트등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고, 엄마도 최대한 뒷바라지를 했다고 하더군요.
딸들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으나 딸의 장래를 위하여 사회에서 뒤쳐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소원이라 빚을 얻어서라도 무리하게 공부를 시켰답니다.
또한, 딸들 학비대느라 집마련은 꿈도 못 꾸었고 얼마전까지 반지하에 사셨는데 딸 혼사를 앞두고 무리하게 빚까지 얻어 반듯한 빌라로 이사까지 하셨답니다.

그런데, 더 속 상한 것은 딸이 왠만한 곳은 시집가지 않겠다고 거절하는 거라고 합니다.
"이제 제딸 나이가 서른이 되니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신랑감은 현재 돈은 없어도 착실하고 왠만하면 보내고 싶은데 딸의 마음은 아닌가 봐요.. 혼수를 무리하게 해서라도 잘 갖춘 신랑감에게 시집 가겠다고 하니.. 에미마음이 더 아파요."하며 이야기 도중 긴 한숨만 쉬더군요.

"딸이 일주일에 3일은 지방대로 강의를 다녀야 하는 탓에 얼마전에는 자가용까지 사주었어요. 요즘은 딸은 저에게 얼마의 돈을 주는데 여태 학비융자금 갚아요. 그러니 딸혼수는 생각도 못하구요.. 혼처가 좋은 곳에서 들어와도 걱정이예요."

엄마는 평생 자식 잘 키우려고 옷하나 변변하게 사 입어 본적도 없는데, 좋은 혼처가 나와도 혼수해서 보낼돈이 없어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나와는 아주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서 집안사정은 속속들이 모르고 지내왔고, 가끔 만날때마다 딸자랑을 유난히 하시는 분이라서 조금은 얄밉기도 했는데.
오늘 잠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딱하더군요.
남편죽고 딸만은 사회에서 기죽지 말고 살라고 기를 쓰며 반듯하게 키우셨답니다.

아줌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나 혼자 조용히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런 단어가 생각나네요.
엄마는 평생을 파출부처럼 사셨는데 딸은 정신 못차리는 된장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곳으로 시집 갈려고 빚까지 내어서 시집 간다고 잘 산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내 주위에도 혼수감때문에 마음 상하는 딸을 둔 부모들이 많습니다.
우리집도 딸시집 보내야 하는데 아줌마이야기를 들으니 예삿일이 아니네요.
그렇지만, 신랑감이 현재는 돈이 없어도 건강하고 서로 열심히 살면 장래는 보장되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우리 부모들 세대부터 정신차려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구요.
며느감으로 부터 예단 받지 않으면 어때요.
그저, 자식이 결혼하여 알콩달콩  잘살아 주면 그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