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시골에서 목장하는 후배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서로 바쁜 일상때문에 전화통화만 가끔할 정도였는데.
느닷없이, "언니, 우리 목장 정리했다. 이젠, 언니도 자주 볼수있다."
"뭐라고!! 목장을 정리하다니.."
"상세한 사연은 만나서 이야기 할께."라며 하던 후배를 어제 만났습니다.
몇년전, 후배는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목장운영을 하겠다고 서울을 떠났습니다.
시아버님께서 목장을 운영하셨는데 아버님께서 년로하셔서 목장운영이 힘들게 되자 맏며느리인 후배네가 아버님가업을 이어 받을려고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서울을 떠났을때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서울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찌든 서울생활 정리하고 서울근교에 전원주택을 갖는게 소망이였으니..
그렇게 서울을 떠난 후배는 몇년간 전화로 안부만 전하고 처음에는 목장생활이 재미있고, 수입도 쏠쏠하다고 한 후배가 목장까지 정리했다는 소식이 무척 궁금하던 중 어제 아침에 아침먹고 서울로 출발한다는 전화를 박고 오랜만에 마주했는데..
서울에 살때는 매일 만나 수다떨었는데..
목장으로 들어간 뒤, 처음에는 몇번 만났으나 목장일이 바쁜지 만남 뜸해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동안 목장을 하면서 힘들었는지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결혼하여 15년간 도심생활을 한 후배는 처음 목장에 들어가서 목장생활에 적응하기가 싶지 않았다지만 시아버님께서 운영해 온 목장이라 주위에서는 제법 시설이 잘 갖추어진 목장이라 그저, 그림같은 넓은 초원에서 열심히 살면 되는 줄 생각했었는데..
도심생활에 익숙한 후배는 새벽부터 목장일을 돌보는 일이 결코 싶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허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익숙해지겠지..라는 생각에 부부는 열심히 목장일에 메달리느라 정신없이 살아보니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 목장일에 메달렸더니 소도 점점 늘어나고 수입도 늘어나자 재미도 자신이 생기더랍니다.
비록 몸은 지쳤으나 수입이 늘어나면서 천직이라고 열심히 목장일에 메달렸는데..
미국소수입과 광우병파동이 일어나자 소값은 하락하더니 이젠, 송아지사서 열심히 키워봤지 인건비는 고사하고 목부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비육우의 검사과정이 어찌나 엄격한지 "내 자식보다 더 정성들어 키운 소가 등외판정을 받았을때 실망감과 허망감은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소는 광우병이 아니라도 새끼를 낳다 기력이 딸려 풀썩 주저앉는 경우와 자기들끼리 싸우다 다리를 다쳐 주저앉는 소등.. 여러가지 이유로 주저 앉는 소가 많다고 합니다.예전에는 힘없이 주저앉는 소를 사가는 업자가 있었는데, 광우병파동이 일어나면서 주저앉은 소는 판매는 고사하고 수거를 하지 않으니 아파서 우는 소를 본인이 직접 땅에 묻는 심정등 마음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할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목장일이 힘들어져 부부는 스트레스가 쌓여 툭하면 부부싸움이 게속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러다가는 아이들교육상 좋지 않을 것 같아 과감히 목장일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서울 살때는 문화를 즐기는 부부였는데, 목장에 살면서 삶의 여유가 없으니 서로 쳐다만 봐도 싸웠다며 합니다."
후배부부는 어느덧 40대 중반인데, 다시 직장생활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데 취직하기가 쉽지는 않을텐데.."라고 했더니.
"목장을 경영하면서 너무도 힘들었는데, 설마 세상이 어렵다고 하지만 목장일만큼 열심히 일하면 설마 자식 굶기겠냐"며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빠른 시일내 목장을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더군요.
후배의 이야기를 들고 나니, 후배는 잘 가춰진 곳에서 목장을 운영했는데도 힘들었다는데..
미국소파동으로 한우농가도 힘들다는 어느 농민의 심정을 이해가 가네요.
미국소가 본격적으로 수입이 되면서 검역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힘들게 키운 한우농장이 미국소때문에 더 이상 피해보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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