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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봉사

서울 도심 한복판에 빨래가 춤을 춘다....


서울 중심 한복판 공원에 이불빨래가 싱그러운 봄날 옹기 종기 모여 너풀 너풀 춤을 춥니다.

몇년동안 음지에서 습기머금은 빨래가 오랜만에 찌든때 벗고 싱그러운 5월의 공원에서요..

반짝이는 이불이 봄바람에 춤추는 모습..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였습니다..


지난 3월부터 관내 독거노인들의 겨울내 밀린 이불빨래를 해 드리려고 마음먹었으나, 적십자 빨래차량 후원 받아두면 비가 오고,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다가 오늘에야 겨우 빨래를 해 드릴수가 있었다.

 

어제까지 화창한 봄날이였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아뿔싸 또 날이 흐리다..

걱정이 되어서 얼른 일기예보확인을 해보니 오전에는 날이 흐리고, 오후 늦게 비소식이 있었다..

몇번이고 벼르던 일이라 무조건 빨래행사를 강행하기로 했지만,

내심 비가 오면 어찌나하는 조바심이 앞섰다..

 

적십자빨래차량은 전국에 단 3대뿐이니 배정 받기가 쉽지않기에 더 이상 미룰수가 없었다..

 

신당5동 동사무소와 적십자와 확인전화를 끝내고 공원으로 서둘러 나갔다.

적십자이동 빨래차는 자가발전기와 물저장탱크가 있고, 드럼세탁기 3대, 그리고 일반세탁기 3대로 구성되어 있다..

오전 9시 30분에 나가니 벌써부터 이불과 담요를 이고 지고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행렬이 줄을 이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태산같이 쌓이는 빨래감들..

작은빨래는 손수 빨아 입으시는데, 독거노인들은 생활이 어려워 주로 지하단칸방에 사시는 분이 많아서 이불빨래를 해도 말릴공간이 마땅찮아 빨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해셨답니다..

할머니들은 그나마 이불다웠으나, 할아버지의 이불은 오랫동안 덥으셨는지, 이불의 형태가 이그러지고, 보푸라기가 일어 이불의 형체조차 누더더기 그 자체였다.

 

이불이 섞이지 않게 일일이 접수받아 분류표를 붙이고 빨래감의 종류별로 체크해서 세탁기에 넣어서 세탁을했으나, 담요속에 박힌 담요들은 빨아도 먼지들이 뭉쳐서 빨아도 깨끗하지가 않았다.

어차피 시작한 빨래..

세탁기에 의존하기엔 영 맘이 내키지않아 커다란 다라이에 물을 받아 재래식으로 이불을 밟아서 빨기시작했다..

실내도 아닌 실외에서 맨발로 밟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발이 시리다.

세탁기 넣기전에 담요는 먼지를 털고 일일이 밟아서 세탁기에 넣어서 씻었더니 어느새 이불은 새이불처럼 깨끗해다니...

매일하는 빨래지만 오늘따라 더 신기하다.

세탁기에 건조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공원 곳곳에 건조대를 펼치고 공원난간, 철봉대등등 곳곳에 빨래를 널었다..

 

날은 흐리나 봄바람에 뽀송뽀송하게 말려가는 이불들..

공원전체가 꽃들의 행진이 아니라 이불로 가득채웠졌는데 그광경이 너무도 아름다울수가..

깨끗하게 변신한 이불들..

가져 오실땐 쪄들어서 자그마한 이불보따리가 말리고나니 부피가 세배나 늘어났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봉사원이 일일이 이불배달까지 마치고나니

몸은 피곤하고 힘들었으나, 내 마음의 무거운 겨울까지 말끔이 씻어진 기분이다.

 

연로하신 몸에다 습기찬이불을 덥고 지내셨는데

오늘부턴 뽀송뽀송한 이불 덥고 주무실 어르신네를 생각한니 내 마음까지 뽀송뽀송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오늘밤은 포근한이불 덥고 행복한 꿈나라로 가셔요"

 


이불이 섞이지않게 접수받아 일일이 분류하고 하고있는 봉사원..





세탁기 넣기전에 빨래감상태 점검..

섬유유연제 첨가로 향기가득 넣어요...



이불 깨끗이 빨아주어 고맙다며 야쿠르트를 사 오셨습니다..

"할머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