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낚시떠난 신랑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낚시터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주웠는데 집에 데리고 간다."며 다짜고짜 협박조로 이야기 하더군요.
"이 추운겨울에 누가 강아지를 버렸대. 혹시, 길 잃은 강아지일 줄 모르니 마을에 가서 주인 찾아 봐."
"그렇찮아도 잡종견이 아니라서 동네에 내려가서 물어 봤지."
"물어보니 마을주민들은 뭐래."
"발로 툭 차면서 '이 강아지 버려진지 꽤 되었어요. 고 놈 명도 길다. 이렇게 추운데, 아직도 살아 있다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키울꺼야. 나는 이제 개 그만 키울꺼야. 이제 베티도 죽고 케빈만 남았는데.. 케빈 죽으면 이제 개는 그만 키운다고 했잖아.. 내가 평생 개때문에 긴여행도 못 다니고.. 나는 싫어.."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그럼 어떻게 해. 나에게 죽자 살자 메달리는데.. 날씨도 추운데 어떻게 어린 새끼를 버리고 가냐.. 그래 알았어 자기에게는 절대 피해주지 않을께..내가 키울께. 낚시터에 데리고 다니면서 동무할께."
"알았어. 나 보고 개목욕 시키지 말기다."
그렇게 다짐을 한 후 전화를 끊고 난 후, 이튿날 봉사회행사가 있어 외부에 나가 있었는데 전화가 왔더군요.
"나 집에 왔다."
"응, 행사 끝나고 집에 갈께.."
낚시터에서 물 데워서 목욕시킨 강아지.
"나 강아지 목욕시켰다."
"어머나, 그랬어요."
20년동안 키우던 집 개, 목욕한번 시킨적 없는 우리신랑, 낚시터에서 주운 강아지 목욕시켰다며 자랑하더군요.
낚시터에서 처음 만났을때 강아지는 오랫동안 굶었는지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더라고 하더군요.
온 몸에는 도깨비열매가 붙어있어 강아지가 아니라 도깨비였다고 합니다.
먹을 것을 주고난 후 목욕시켜 히터를 틀어줬더니 하루를 꼬박 잠만 자더니 하루종일 먹기만 하더랍니다.
평소 낚시갈때 참치,스팸등을 넉넉하게 준비해 가는 우리신랑, 몇칠만에 참치캔과 스팸이 동이 났다고 합니다.
강아지를 안고 들어온 날이 12/30일.
첫날밤, 강아지는 밤새 토한 흔적이 있지만 먹을 것 먹고 잘 놀길래 연말이라 봉사회가 바빠서 정초에 동물병원 데리고 가서 건강진단 받아야지하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12월 마지막 밤, 울집에 찾아온 강아지는 밤새 토해 내더니.. 먹은 물조차 토해내더니 끝내는 숨쉬는 것조차 힘겨운지 눈을 감은 채 꼼짝도 하지 않더군요.
그렇게 이틀을 강아지와 밤을 새운 후, 1월 2일 아침 일찍 동물병원을 찾았더니..
"감기와 함께 체증이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한적한 낚시터에서 버려진 유기견이라"고 했더니..
"잡종견도 아니고, 슈나이저 순종인 것 같은데.. 지금은 20만원정도 하지만 몇년전만해도 슈나이저 한마리 100만원을 호가했어요."라고 하면서.
"생후 5개월에 접어 들었구요.. 약간의 영양실조현상도 있지만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몇칠간 두고 봅시다."라는 병원진단과 함께 3일간 링겔과 치료를 받고 난 후, 정상으로 돌아 왔는지 하루종일 먹고 싸고.. 하여튼 어찌나 개구장이 짓을 하는지.. 병원에서 강아지장난감과 개껌등 몇가지 사 왔습니다.
강아지주인 찾으러 온동네를 다녔더니, 한주민의 말.
"얼마전, 어떤사람이 자루를 들고와서 쏱아 붇고 가더니.. 그 자루에는 강아지가 있더라구요. 그 자루에 든 강아지인가 봅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를 버리다니.."
사실, 우리집도 몇년전만해도 개를 다섯마리까지 키웠습니다.
우리집에서 세들어 사시던 할머니네 개가 새끼 다섯마리를 낳자 죽었습니다.
어미잃은 새끼를 돌보다 한식구가 되어 20년간 키우는 동안 모두 죽고, 이제 한마리만 남았습니다.
개를 키우는 동안, 긴여행 한번 못갔습니다.
개때문에 자유로울 수가 없었기에 나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했었는데..
이제 대소변도 가리고 이쁜짓만 골라서 합니다.
우리집에 찾아온 강아지와 며칠간 돌보다 보니 정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집에 한식구가 된 유기견은 한차례 병고를 치른 후 어찌나 개구장이인지 하루종일 온집안을 돌아 다니며 난리를 칩니다.
또한, 애교가 어찌나 많은지 우리집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가 되었습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러그대표로 서울시 창의발표회에 참석해 봤더니.. (18) | 2009.02.03 |
---|---|
불황을 호기로 만든 우리동네 야채가게. (10) | 2009.01.15 |
재털이가 된 칼라 빗물받이. (19) | 2009.01.02 |
결혼, 아직도 띠궁합 보시나요. (36) | 2009.01.02 |
한지공예가 빚어낸 우화로 보는 십이지상. (14) | 2009.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