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웃으로 지내는 집의 막내아들이 노총각인데 장가를 가지 않아서 부모님 속을 태우더니 지난 가을, 아들에게 데이트하는 여자가 생겼다며 자랑을 하시길래 이제 곧 잔치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아침, 우리집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 다녀오면서 집앞에서 총각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신년초라 간단한 인사와 더불어.
"아드님 장가는 언제 가나요."
"잘 안되었어요. 상세한 것은 우리집사람에게 물어 보세요."라고 하시면서 기분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서 더 이상 묻지 않고 헤여졌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그 집 아들이 궁금해서 전화를 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적십자아줌마예요. 그간 잘 지내셨어요."
나는 예전에는 직장명칭을 따서 00아줌마라고 통했지만 직장을 그만 둔 후부터는 오랫동안 적십자에서 봉사원으로 봉사를 해 왔기에 동네에서 적십자아줌마라고 통합니다.
"아!! 녜.. 그렇찮아도 우리집 양반이 아줌마 만났다고 하더군요."
"그러셨군요. 지난번 아드님혼사 잘 되어간다고 하시길래 얼마나 좋았었는데.. 그런데, 아드님 혼사가 깨졌다니 무슨 말이예요...
"그렇게도 선을 봤는데, 계속 뒤 틀리더니 이번에는 서로 좋다고 하잖아.. 얼마나 좋았는데.."
"지난번 만났을때 아들에게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좋았어요. 그런데, 왜 틀어졌어요."
"지난번 선보고 아들도 맘에 든다고 했고, 아가씨도 맘에 든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데.."
"저도 얼마나 좋았었는데요.. 그런데, 왜 틀어졌대요."
"글쎄말입니다.. 우리아들이 소띠잖아요. 그런데, 색시 될 사람이 말띠라고 하더군요. 궁합을 봤는데, 이별수가 있다네요."
"어머나.. 소띠와 말띠, 띠궁합이 좋지 않았나요. 그렇지만 당사자끼리 좋으면 되지. 궁합이 그리 중요한가요."
"좋은 것이 좋잖아요. 궁합보고 나니 영 찝찜하네요."
"색시감이 맘에 들면 되지 띠궁합이 그리도 중요한가요."
"아가씨네도 궁합을 따지더군요."
띠궁합이 좋지 않아 혼사가 깨졌다는 총각은 올해 37살로 소띠인데, 소위 명문대출신으로 외국에서 박사까지 딴 수재로 모 기업체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총각입니다.
총각엄마가 나에게 색시감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여러번 하길래 얼마전 우리 조카딸을 소개했더니 나이가 많다며 싫다고 했는지라 평소에 마음이 쓰이는 자리였습니다.
+
총각엄마와 헤여진 후 "서로 좋으면 그만이지 궁합이 그리도 중요한가"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우리집 형제들은 6남매로 십이지중 반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막내 여동생은 소띠인데, 막내제부는 말띠입니다.
내 여동생도 구 당시 궁합이라는 것을 봤는데, 궁합이 좋지 않다고 말렸지만, 여동생부부는 연애를 한 커플이라서 부모님이 말려다 못해 결국은 결혼을 했지요.
그런데, 우리형제 중 가장 재미있게 잘 삽니다.
소띠인 내 여동생은 고집도 세고 여자로써 사치도 심한편이지만 말띠인 막내제부는 여동생의 단점을 잘 커버해주는 편이라 형제 중 부러움을 사는 편입니다.
물론, 살면서 몇번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결혼 후 20년이 지났건만 연인처럼 사는 부부입니다.
저도 결혼시 궁합이라는 것,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우리 부모님도 궁합을 따지고 결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궁합이 좋다고 했지만 우리 부부는 성격과 자라온 환경등, 좋은 것보다 힘든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도 막내아들 장가 못 보내서 애를 태우시던 이웃집 아줌마..
노총각이 되어서도 띠궁합때문에 혼사를 깨다니.
궁합이 좋아서 결혼한 사람도, 궁합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결혼한 사람.살다보면 어느 부부든 고난도 있고, 행복도 있고.. 그렇고, 그렇더군요.
우리집도 아들, 딸 둘이 있습니다.
이제 막 혼기가 차서 곧 결혼을 시켜야 하는데, 현재 제 마음은 궁합같은 것 따지지 않으려고 합니다.내 형제들을 보면 굳이 궁합이라는 것, 형식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생각으로는 자기네들끼리 좋다면 궁합같은 것 따지지 않고 결혼시켜려고 합니다.
이제는 궁합때문에 사랑하는 커플에게 찬 물 끼얹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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