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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도심 한복판에서..

모처럼 지인이 찾아와서 느닷없이 할머니집 보쌈이 먹고 싶다고 해서 청계천 할머니보쌈집에서 보쌈을 먹은 후 청계천을 한바퀴 돌아서 집으로 오던 길에 황확동에 위치한 재래시장에서 간단한 찬거리 사러가는 길이였습니다. 
청계천에서 왕십리 도로교통안전협회 가는길목에서 우회전을 하여 시장입구로 가는데, 길가에 서있는 고목아래 북어 한마리와 미역봉투가 보입니다.
통째로 놓여진 북어는 무명실로 두른 것을 보니 예사롭지 않습니다.

누가, 도대체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인적드문 야산도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요.

제물이 놓인 나무 뒷쪽에는 막거리도 부어있네요.


나무앞에 북어와 미역을 제물로 놓여진 곳은 서울도심에서 가장 복잡한 그릇도매시장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그릇도매상가로 주로 영업집에서 사용하는 그릇전문 상가입니다.
또한, 동대문시장과 가깝고 전국 포장마차가 이 주변에서 생산되는 곳이라서 차량통행이 아주 많은 곳입니다.


제물이 놓여있는 곳은 오래전, 마을주민들이 동네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라 하여 도로확장할때 황학동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어 현재는 정번호 서2-10로 지정된 보호수입니다.
보호수로 지정된 년도가 81년이니까 나무의 수령은 190년이 넘었네요.
나무높이 13m, 나무둘레 3.10m, 수관직경은 8m인 회화나무입니다.


나무껍질이 벗겨진 밑둥치의 모양이 신비롭습니다.

내가 이 나무옆을 지났을때가 저녁무렵.
동지가 가까워 4시경인데도 해는 저물어가고 나무는 마른잎사귀가 겨울바람에 을씨런스럽습니다.

보호수란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여 시, 도지사 또는 지방산림관리청장이 지정한 거목, 노목 그리고 희귀목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보호수는 보호수가 자라고 있는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는 고증이며, 따라서 보호수에 대한 보호는 마을의 역사를 지켜나가는 문화적 의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여 차도 한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황학동에 자리잡은 보호수에 놓여진 제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경제가 어려워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도심 한복판에 제물을 갖다 놓았을까?"
그것도 인적드문 야산이 아닌 차량이 쉴새없이 다니는 도심 한복판에요.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도심 한복판에 놓여진 제물을 두고 감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두고 저도 나무를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