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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폐허가 된 곳에서 사는 사람들.

며칠전, 서울에도 한파가 몰아쳐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 동네어귀를 들어서는데 다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궁금해서 사람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 봤더니..
재개발지역에 사는 집주인이 가스회사 직원을 데리고 와서는 자기소유의 집에 도시가스를 철거해 달라고 촉구를 하더군요.
그 집에는 아직 세입자가 엄연히 살고있는데.
당연히 세입자는 건물주인에게 "곧 이사할 곳을 찾아서 나갈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요."라며 사정을 하더군요.
건물주인은 "재개발사무실에서 나오는 이주비를 세입자가 집을 비워야 받을 수가 있다"며 세입자에게 몰아 부치더군요.
집주인의 사정도 딱하지만 이사하지 못하는 세입자 마음은 오죽이나 답답하겠습니까?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투는 곳을 돌아봤습니다.
주위에는 이미 철거가 되어 살을 에는 칼바람 부는데, 이렇게 황량한 곳에 남아있어야하는 사람들 마음은 오죽이나 답답하겠습니까.



부서진 건물 잔해속에 이사도 못하고 살고있는 집들은 내가 살고있는 곳과 가까워서 집안사정을 자세하게 알고있습니다.
그 중에서 새벽마다 비둘기모이를 주는 할머니댁이 보입니다.


비둘기 모이를 주는 할머니댁 현관앞에는 폐허가 된 잔더미속에 며칠동안 보행기가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자 외출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행여 무슨 일이라도 있나는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 봤습니다.

"할머니 별일 없으세요. "
"으응.. 누구라고.. 날씨가 추어지니 다리가 굳었는지 꼼짝할 수가 없네."
"그렇찮아도 비둘기모이 주는 모습도 볼 수가 없고.. 행여 무슨일이라도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집주위가 막혀버려 다니기가 불편하네.. 집이 철거되기전에는 골목길로 곧장 가면 비둘기모이주는 대로변이 나오는데, 지금은 한참을 돌아가야 하고.. 며칠사이 기온은 뚝 떨어지고.. 그저 집안에서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어버렸어."
"다리가 성성한 사람도 다니기 불편한데, 할머니는 오죽 힘 들겠어요. 이사할 곳은 결절하셨어요."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재개발사무실에서는 집 비워라며 독촉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니 다리가 아파 움직일 수가 없네. 올 겨울이라도 여기서 지냈으면 좋겠는데.."
"올 겨울은 여기서 지내면 되잖아요."
"재개발사무실에서 집 비워 달라는 독촉이 여간해야지. 이제는 무서워!"
"40을 넘도록 이 동네에서 살아왔는데.. 작은 돈으로 이사할 곳은 없고..막상 떠날려고 하니 눈물만 나오네.."

철거가 한창인 이 곳은 주변에는 곳곳마다 재개발이 이루어 져 경제와 관계없이 전세값이 폭등하여 왠만한 돈으로는 방한칸 얻을 수가 없는 곳입니다.
또한,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몇십년을 이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특히, 비둘기모이를 주는 할머니는 이 곳에서만 살아 왔기에 서울지리도 모르는 할머니입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도심재개발로 주위는 이미 철거가 되어 겨울 칼바람이 더 욱 더 춥게만 느껴집니다.

철거가 되어 을씨년 스러운 곳에 남아있는 사람들..
올 겨울이라도 이 곳에서 전기와 가스가 끊어지지 않은채 따스한 겨울 겨울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