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무렵, 우리동네 작은 재래시장에 나갔다가 우연히 니어카를 밀고 가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 오더군요.
니어카에게 할아버지가 타셨고, 니어커를 미는 사람은 할머니입니다.
시장보러 나온 사람들의 시선은 순식간에 니어커에 시선이 가더군요.
니어커에 할아버지를 태우고 나오신 할머니께서는 이 시장에 익숙하신지, 시장통을 지나가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나누더군요.
"모처럼 날씨가 포근해서 영감님 모시고 막거리 사러 나왔어요."라면서요.
니어커에 영감님을 태우고 밀면서 시장 나온 할머니는 발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어느새 저먼치 달아 납니다.
나도 꽤 발걸음이 빠른데, 니어커를 따라가기가 힘들더군요.
저만치 달아나는 니어커를 무심코 봤더니, 할아버지를 태운 니어카를 미는 할머니의 다리도 절뚝 거리더군요.
저만치 달아나던 니어커도 할머니께서 힘드셨는지 잠시 멈추더군요.
"할머니 힘들지 않으세요. 할머니 다리도 불편한 것 같은데요."
"물론, 힘들지.. 아줌마, 잘도 보셨네.. 나도 다리가 아파. 허지만, 영감님은 다리를 전혀 못쓰거던.. 그래도 나는 걸을 수는 있으니 내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올 수밖에.."
"할머니, 다리도 아픈데 천천히 걸으시잖구요."
"천천히 밀면 재미없잖아. 빨리 달려야 할아버지도 좋아하시고.."라며 쉬는 것도 잠시..
할아버지를 태운 니어커는 저 만치 달아납니다.
다리가 아파 걸음도 못 걸으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모처럼 날씨가 포근한 날 할아버지를 니어커에 태우고 외출하신 할머니.
잠시 만났지만, 니어커를 탄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아이마냥 신이 났구요.
비록 당신도 아픈다리지만 할아버지를 미는 할머니의 씩씩함을 보니 제 마음이 짠하더군요.
다리가 불편해서 할아버지 혼자서는 외출도 못하신다는 할머니네 니어커를 자세히 보니..
낡고 허름하더군요.
비록 낡고 허름하지만, 어쩌면 할아버지, 할머니네는 값비싼 자동차보다 더 멋진 자가용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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