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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불황속 동대문 상인들, 누적되는 적자에 한숨만 늘어.

저녁시간이 되면 동네 야채가개는 저녁 찬거리 준비하러 나온 주부들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어제도 오후에 동네야채가개에 잠시 들렸더니 식구들 저녁 찬거리 사러 나온 주부들이 보입니다.
야채가개에서 서로들 인사를 나누던 중 예전 우리집에서 제품 가내공업을 하던 아줌마를 만났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간단한 인사를 나누던 중.
"요즘 보기가 힘들더라. 아이들은 잘 크고, 사업은 여전히 잘 되지."
"제 모습을 보세요. 장사가 잘 되는지."
"모습이 어째서. 이쁘기만 하구먼."
"말도 마세요. 예전에 벌어 둔 돈 까먹기만 하는걸요."
"벌어둔 돈 까 먹다니.. 그 집처럼 부지런한 사람이.."
"평생하던 사업이라 문 닫을 수는 없고.. '내일이면 좋아질까'하는 마음에 계속 장사는 하지만 우리신랑 속만 까맣게 타 들어가요."
"아니, 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물건, 팔리면 뭘해요. 원가도 못 챙기는데.. 인건비라도 아낄려고 공장에서 일해요."

동대문 도매시장에 물건 떼러온 지방 장사꾼들의 짐꾸러미.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점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친구네는 제법 큰 공장을 경영하면서 동대문에서 도매점까지 운영하는데 지난 달부터 살림만 살던 친구가 밤장사하러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 들었을때는 불경기라서 "점원 인건비라도 절약하러 나가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며칠전 만났을때 얼굴이 핼쓱해 졌더군요.
"평생 신랑이 벌어주던 돈으로 살림만 살더니, 밤장사 하느라 고생이 많소."라고 가벼운 농담을 건냈더니..
"말도 마.. 오죽하면 이 나이에 장사하러 나갔겠냐?"
"집집마다 수입이 줄어 취직한다고 난리통에 너는 신랑이 운영하는 점포에서 돈벌고 좋잖니?"
"모르는 말 하지도 마라.. 장사를 하면 뭘하냐.. 적자만 쌓이는데.."
"니네는 도매전문이고 판매량도 엄청 나다면서.. 웬 엄살이냐?"
"물건이 팔리면 뭘하노.. 원가도 챙기기 바쁜데.. 여태 벌어 둔 돈 까먹는다."라며 화를 내더군요.


여태 벌어 둔 돈 까 먹는다는 친구가 도매점을 운영하는 동대문 도매전문 상가입니다.

중국이 개방되기전에는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에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이 많이 팔리지 않아도 적자는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국산이 몰려오면서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여 단가를 맞추기가 힘들더랍니다.
결국은 국내공장규모를 축소하고 중국현지에 공장을 차렸답니다.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하여 국내에서 팔자 원가절감이 되어 몇년간은 장사가 잘 되어 꽤 많은 돈을 모았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경제여파로 중국현지 공장에서 만든 제품들, 달러가 오르자 인건비 맞추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원인 달러가 너무도 폭등했기 때문이랍니다.
중국현지에서 운영하는 공장의 인건비와 운영비등, 달러로 지급해야 한다고 합니다.
"요즘들어 달러가 조금씩 떨어지지만 얼마전, 1,700원대로 폭등했을때 눈알 뒤져 지더라. 죽도록 팔면 뭘하노.. 적자만 쌓이는데...모아 둔 돈이 야금야금 사라지는데.. 몸이 피곤한 것은 참을 수있지만, 계속 누적되는 적자.. 한숨만 든다.."


우리집주변은 동대문과 가까워 골목마다 제품공장들이 많습니다.
10년전만 해도 동네주민 반은 가내공업하는 제품공장에서 제품 일을 할 정도로 호경기였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개방하면서 제품일감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감을 빼앗겼습니다.
원인은 싼 인건비때문이였습니다.
제품공장들은 직공들의 높아진 인건비때문에 제품을 생산해 봤자 중국산때문에 경쟁에서 밀려 재고만 쌓여, 결국은 부도를 내고 야간도주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랍니다.

중국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친구의 말, 중국현지에서 경영하는 공장..
공장운영비와 임금을 달러로 지불해야하는 탓에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건을 팔아도 적자만 쌓인다고 합니다.


낮보다 더 화려한 12월 동대문 굿모닝시티,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 네온싸인 위에는 "임차 사업주 모집"이라는 팻말은 몇달째 써 있지만 빈점포는 줄지 않는다고 합니다.
굿모닝시티 분양주 사기사건으로 온갖 고난을 이겨가면서 완공하였는데..
세계적인 불황과 겹쳐 미루던 오픈을 연장해가면서 지난 달 오픈은 했지만 "임차사업주 모집"이라는 팻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니 동대문도 불황의 늪은 끝이 보이지 않은 가 봅니다.

굿모닝시티가 들어서면서 동대문은 지하철입구부터 년말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새로 장식한 네온싸인이 화려함의 극치를 뽑냅니다.
화려한 네온싸인만큼이나 동대문상인들도 환한 표정 지을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을 두고 늦은 밤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