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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50대 동창회는 재력 과시하는 곳이다.

지난 금요일 미장원에 갔더니 손님이 많아서 그냥 돌아왔는데 오늘은 모처럼 한가한 날이 생겨 여태 미루었던 파머를 하려고 동네미장원을 찾았습니다.
마침, 월요일이라선지 미장원은 조용하더군요.

파머를 말고 중화제를 바를때까지 기다리던 중 50대 중년여성 두분이 미장원으로 들어오자 작은 동네미용실은 갑짜기 씨끄러워집니다.
"늦은 시간에 웬 일이세요."
"으응, 저녁모임이 있어 머리손질 할려고."
"그러세요. 중요한 모임이신가 봐요."
"오늘이 초등학교 동창모임이 있어."라고 말을 꺼내자, 곁에 있던 아줌마가 한 마디 건네시더군요.
"초등학교모임에 나가는데 머리손질까지 하고 나가세요."
"이쁘게하고 나가야죠. 한달만에 만나면 즐겁고 재미있는데 짖꿎은 친구들 중에 '너 갑짜기 주름이 늘었다.'라고 놀리는데.. 신경 쓰여서요."라고 대답하는 아줌마는 머리 다듬는 동안 미용사에게 이것 저것 요구하는 게 많더군요.
"젊게 보이게 손질해줘."

이야기는 초등학교 동창회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주부들은 결혼과 동시에 자식낳아 기르고 시부모님 모시고 열심히 살다가 뒤늦게 고향동무들을 만나니 어릴때 동심으로 돌아가서 즐겁다는 말에 모두들 동감한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곁에 있던 아줌마가.
"나도 초등학교 동창회 몇번 나가 봤어요.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이였는데 몇번 나가보니 이건 주눅 들어서 나가기가 싫어요."
"아니, 왜요."
"몇몇 친구들은 집이 몇채라는 둥, 사위는 의사라는 둥, 아들은 박사라는둥... 그 뿐인 줄 아세요. 자기가 입은 옷은 누구의 디자인이라는 둥.. 무슨 재력 과시하러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나이 50지났으면 기반잡았겠다, 동창회에서 자랑 좀 하면 어때요."
"50대에 기반 못잡은 사람들 많아요. 아줌마는 배부는 소리만 하네요."
"50대에 기반 못잡은 사람은 세상 헛 산거죠."
"뭐라구요."
그렇게 초등학교 동창모임때문에 두 아줌마는 열을 올려가면서 몇마디 주고 받더니 동창회모임에 나간다는 아줌마가 궁지에 몰리자 황급히 나가더군요.

나도 몇년전, 초등학교동창회와 여고동창모임에 몇번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변했을까. 어떻게 살까..등등.
설레임으로 만나 추억 꺼내어 깔깔 웃으며 즐거운 자리였는데, 만남이 계속되면..
- 누구네는 명품아파트로 이사 간다더라.
- 우리 사위 이번에 박사학위 받았어.
- 우리딸이 선물한 L가방이야.
- 누구는 옷차림이 그게 뭐니. 그 나이에 궁색해 보이더라.
- 지난번 명품코너에서 욕심 좀 냈어.. 라며 명품가방 자랑이나 하고.
- 우리신랑 이번에 이사로 승진된 기념으로 자가용 중형급으로 바꿔 주더라.
등등..
동창회모임만 다녀오면 나만 못사는 것 같고, 괜히 심술이 나서 동창모임 나가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라구요.

모처럼 만나는 동창모임, 잠시나마 온 세상 시름잊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모임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도 50대 중반인데 세상 헛 살았나 봐요.
동창모임에서 과시할 재력이 없으니까요.